ADVERTISEMENT

지방 살릴 4대특구 만든다…기업 이전 땐 세감면·규제 특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 지방시대 선포식

정부가 지방시대를 위해 ‘4대 특구’ 도입을 내세웠다. 특히 기업이 지방 특구로 이전할 경우 법인·취득세 등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투자 걸림돌을 치우기 위한 규제 특례 등도 몰아주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14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지방시대 선포식’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향후 5년간 중앙·지방 정부가 중점 추진할 9대 정책도 제시했다. 이 중 핵심은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같은 4대 특구 도입이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기획·운영할 분권형 특구다. 특히 기회발전특구는 세제 혜택, 규제 특례 같은 ‘당근’을 과감히 몰아주면서 수도권 기업을 지방에 적극 유치하고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교육자유특구는 공교육 혁신, 도심융합특구는 역세권 중심의 ‘지방판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문화특구는 지역 콘텐트 브랜드 육성을 각각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개최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 정주 여건 개선, 토지 규제 권한의 이양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개최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 정주 여건 개선, 토지 규제 권한의 이양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자체가 규제 특례 직접 설계·신청

우선 기회발전특구엔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지방 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취지가 깔렸다. 그간 중앙정부 중심으로 경제특구 수백 개가 운영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문제의식도 담겼다. 그래서 지자체가 특구 입지·개수, 유치 산업·업종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기업 유치에 필요한 지원 사업도 패키지로 구성하기로 했다. 중앙정부는 특구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비하는 등의 역할만 맡는다. 일단 특구부터 만들고 기업에 오라는 게 아니라 기업·지자체 간 협의를 거쳐 실질적 투자가 이뤄질 곳에 특구를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해당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엔 법인·양도·취득·재산·가업상속세 등 다섯 가지 이상의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기존 부동산을 처분한 뒤 특구로 이전한 기업의 양도소득세는 특구 내 부동산을 처분할 때까지 이연(시기를 미룸)한다. 창업·신설 사업장에 대한 소득·법인세는 5년간 100% 감면해 주고, 이후 2년 동안엔 50% 감면한다. 특구 이전·창업 기업이 새로 취득한 부동산에 매겨지는 취득세도 100% 깎아준다. 재산세는 첫 5년간 100% 감면하고, 그 후 5년 동안은 절반 줄여준다. 또한 업종 변경 제한을 비롯한 가업상속 공제 사후관리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규제 특례는 지자체가 직접 설계해 신청하고 지방시대위에서 심의·의결한다. 꼭 유지해야 하는 규제는 중앙정부가 그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식이다. 또한 민간 재원이 투입되는 ‘기회발전특구 펀드’를 조성해 특구 기업·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특구 기업엔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5%포인트 가산해 지원한다. 그 밖엔 특구 기업 근로자를 위한 민영주택 특별공급 같은 정주 여건 개선도 이뤄진다.

규제·세제 관련법, 국회 통과가 과제

지역별 기본계획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특구를 신청하는 지자체가 나올 전망이다. 다만 규제·세제 관련 인센티브를 위해선 관련법 통과가 추가로 필요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구 규제 해소 등을 담은 지방투자촉진법안이 정기국회 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세제 지원은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중심축인 교육자유특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교육청·대학이 함께 지역 교육에 투자해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구로 지정되면 유아 단계에서는 지자체 돌봄 기능을 강화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초·중·고교에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준다. 대학은 지역 고교와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장학금과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해 지역 우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특히 교육부가 갖고 있던 지역 대학 관리·감독 권한과 약 2조원의 예산 집행 권한이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통해 2025년 지자체로 넘어간다. 지자체와 연계한 대학을 지원해 주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30개 지방대를 뽑아 5년간 3조원을 집중 지원한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4~5개 지자체를 특구로 선정하고 내년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공동으로 신청해야 한다. 구체적 선정 방식은 이달 중 시안을 발표하고 11월 말 확정한다.

지방시대 선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던 과거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상황을 더는 국민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 텃밭 광주에 제대로 된 복합 쇼핑몰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을 마치면서 “정부가 지방에 거점을 만드는 것은 수산업 육성 측면에서 어초를 떨어뜨리는 것과 똑같다”면서 “정부가 정보와 자본 조달의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회발전특구의 핵심은 세제 혜택이라며 “기재부도 장사를 좀 하자. 기업을 키워서 더 많은 세금을 좀 벌자”라고도 당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