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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회담에 中도 긴장…4년 전은 외교 쇼, 이번엔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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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12일 러시아를 전격 방문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양국 간 무기 거래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장은 물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비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김 위원장(왼쪽)과 푸틴 대통령이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회담 후 리셉션에서 건배를 하는 모습. 타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비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9년 4월 25일 김 위원장(왼쪽)과 푸틴 대통령이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회담 후 리셉션에서 건배를 하는 모습. 타스=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를 두고 2019년 4월 첫 방러와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다. 신문은 “4년 전 김 위원장이 푸틴과 회담하기 위해 방러한 것은 ‘외교적 쇼(diplomatic show)’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크렘린궁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군수품 공급을 위한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을 포함해 양국 간 군사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크렘린궁 사정에 밝은 러시아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를 인용해 “김 위원장의 방문은 양국이 모스크바와 평양 간 무기 거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덕훈 내각총리 등 당과 정부, 무력기관 지도간부가 환송했다고 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덕훈 내각총리 등 당과 정부, 무력기관 지도간부가 환송했다고 전했다. 뉴스1

WP는 또 “러시아는 지난해 확보한 (우크라이나 내) 영토를 지키기 위해 혹독한 소모전을 벌이면서 올해 7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발사할 계획”이라며 “러시아는 무기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에 북한의 무기 보유량이 적더라도 전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지원이라도 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두 정상은 역내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서 점점 더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며 북ㆍ러가 의기투합하는 배경을 짚었다.

"북·러, 적절한 가격 찾을 것" 

양측이 무기 거래에서 아직 합의에 완전히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앤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CEIP) 선임연구원은 BBC에 “이제 중요한 건 양측이 상대방의 지원에 대해 지불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을 찾을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과 원자재를 대가로 포탄과 로켓포탄을 포함한 재래식 무기와 유엔과 같은 국제무대에서의 지속적인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면서 북한의 가치를 재발견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평양 주재 경험이 있는 외교관 출신의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원 동방학연구소 한국ㆍ몽골과장은 NHK에 “(우크라 전쟁 개시 후)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단호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러시아는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북한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타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뉴스1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2일 분석 기사를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 급격히 접근하는 것은 고립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군사대국을 자처하는 러시아가 격이 낮은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전대미문”이라며 “북ㆍ러 관계가 북한에 유리한 형태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또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로 “중ㆍ러 관계도 미묘해진다”며 “북한의 후견역을 자임하는 중국은 북ㆍ러의 급격한 접근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ㆍ중ㆍ러를 하나의 진영으로 보는 이미지가 확산하면서 대미를 포함한 중국의 세계전략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월스트리저널(WSJ)은 김 위원장의 방러와 관련해 “북한 지도자의 외국 방문은 폐쇄된 정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행동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징후”라고 짚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대북제재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더 자주 외국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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