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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35도 폭염 속 진행…“이러다 선수 한 명 죽을 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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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US오픈 남자 단식 8강전을 치르던 메드베데프가 폭염으로 인해 힘겨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US오픈 남자 단식 8강전을 치르던 메드베데프가 폭염으로 인해 힘겨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러다 선수 하나 죽는 꼴 보겠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3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는 US오픈 테니스 대회 4강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라이벌 안드레이 루블료프(세계 8위·러시아)를 2시간 48분 만에 3-0(6-4, 6-3, 6-4)으로 물리쳤다. 그러나 메드베데프는 웃지 못했다. 오히려 일그러진 얼굴로 고통을 호소했다.

뉴욕의 폭염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섭씨 35도에 달하는 무더위 속에 열렸다. 게다가 습도까지 높았다. 경기가 열린 아서 애시 스타디움 코트의 습도는 50%에 육박해 체감 온도는 더 높았다. ‘찜통 매치’에 나선 메드베데프는 호흡 곤란 증상을 보여 두 차례나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후에도 벤치에서 얼음찜질을 하고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며 체온을 낮추려고 애썼다.

메드베데프는 경기를 마친 뒤 “첫 세트가 끝날 무렵에는 공도 안 보일 정도로 힘들었다. 네트 건너편의 루블료프도 더 못 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여러분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더웠다. 한마디로 잔인한 날씨”라며 혀를 내둘렀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올해 US오픈에선 폭염 탓에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날 같은 곳에서 경기를 치른 여자 선수 아리나 사발렌카(세계 2위·벨라루스)는 메드베데프와 생각이 달랐다. 메드베데프와 루블료프의 경기 직전에 치러진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사발렌카는 1시간 13분 만에 정친원(세계 23위·중국)을 2-0(6-1, 6-4)으로 물리쳤다. 사발렌카는 “덥긴 했지만, (뉴욕보다 더운) 플로리다에서 훈련한 덕분에 지치지 않고 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1년 이후 2년 만에 US오픈 우승에 도전하는 메드베데프는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세계 1위·스페인)와 ‘리턴 매치’를 펼친다. 메드베데프와 알카라스는 지난 7월 윔블던 준결승에서도 만났다. 당시에는 알카라스가 3-0(6-3, 6-3, 6-3)으로 이겼다. 알카라스는 여세를 몰아 윔블던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세계 2위·세르비아)까지 꺾고 챔피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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