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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불릴까, 불리울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한 분야에서 최고라 인정받은 사람을 나타낼 때 비유적 표현으로 “그는 전설로 불리웠다” “그는 전설로 불리운 사람이다” 등과 같은 표현을 쓰곤 한다. 여기에서 ‘불리웠다’나 ‘불리운’은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부르다’의 피동사로 이와 같이 ‘불리우다’를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부르다’의 피동사는 ‘불리우다’가 아닌 ‘불리다’이다.

‘부르다’에 피동(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 표현을 만드는 접사 ‘ㅣ’를 붙이면 ‘불리다’가 된다. ‘불리우다’는 ‘불리다’에 불필요하게 ‘우’를 덧붙인 형태다.

‘우’는 ‘비우다’ ‘깨우다’ 등에서와 같이 사동(주체가 제3의 대상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동사의 성질)의 뜻을 더하는 접사이므로 피동 표현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불리웠다’는 ‘불렸다’, ‘불리운’은 ‘불린’으로 바꿔야 한다. “그는 전설로 불렸다” “그는 전설로 불린 사람이다”로 고쳐야 한다.

심지어 “그는 은반의 전설로 불리워졌다” “그는 괴물이라 불리워졌다” 등에서와 같이 ‘불리워지다’는 표현도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이는 ‘불리우다’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어지다’까지 붙은 형태다. 다시 말해 피동 표현을 만들어 주는 접사 ‘ㅣ’에 ‘-어지다’가 덧붙은 이중 피동이다. 이중 피동은 불필요하고 잘못된 것이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 ‘불리워지다’를 ‘불리다’ 형태로 바꾸어 “그는 은반의 전설로 불렸다” “그는 괴물이라 불렸다”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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