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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쌓이는데 가격은 오르네”…서울 집값 ‘불안한’ 상승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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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의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를 위해 사는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 김씨는 “올 상반기만 해도 집을 보러 일주일에 1~2팀이 꾸준히 방문했지만, 지난달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낮춰도 매물만 쌓이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했다는데 딴 나라 얘기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지표상 상승세가 가파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은 5월 첫째 주 이후 15주 연속 올랐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9.99% 상승했다.

이런 아파트값 상승세는 강남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강남권에는 이전 최고가의 80~90% 선까지 가격을 회복한 단지가 많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5563가구)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26일 25억원(25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가인 지난해 4월 26억5000만원(17층)의 94.3%다. 재건축을 앞둔 압구정(강남구), 여의도(영등포구), 목동(양천구) 등과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선 최고가 경신 사례도 나왔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74㎡는 지난 7월 20억원 최고가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해 9월 19억2500만원이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하지만 이런 상승세가 ‘집값 급등’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집값을 예상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주요 지표들이 방향성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물과 집값은 반비례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54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석 달 전(6만4142건)보다 14.6% 증가한 것이다. 올 초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513건이었다.

매물 적체는 거래량과 관련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9개월 만에 소폭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3593건으로 6월 3850건에 비해 줄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6000건 수준은 돼야 ‘상승장’에 진입한다고 본다.

전반적인 가격 지표는 상승을 가리키지만, 상승거래 비중은 줄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상승거래 비중이 2분기 72%에서 7~8월에는 62%로 줄었다. 7~8월 하락 거래 비중도 32%로 2분기(24%)보다 높아졌다.

여전히 고금리가 이어지는 것도 본격적인 아파트값 상승을 예상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연 6%대로 올랐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0.2~0.25%포인트 인상된다. 특히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40조원 규모)을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며, 50년 만기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국토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시장이 여전히 불황기(또는 저점) 초입에 있으며 이를 지나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기까지는 더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서울 집값이 반등세를 보이지만 국토연구원은 고물가,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 “하락 요인이 더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기간에 실거래가가 많이 뛰었고, 호가도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에 매물 적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며 “매도 호가 역시 많이 올라 추격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매수심리가 회복된 데다 인허가, 착공 물량 감소에 따른 2~3년 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분양가가 크게 상승해 기축 아파트값을 밀어 올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서울 청약 경쟁률이 30대1을 넘으면 과열로 보는데, 지난달부터 100대1을 넘어서고 있다”며 “고가 지역 상승에 따른 중저가 지역의 가격 격차 메우기, 재건축 활성화에 따른 투자 수요 유입 등 견인 효과에 따라 이후 집값 상승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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