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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로 '게임 아이템 1억' 산 카카오 CFO…비난 또 거세진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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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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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두웠나. 카카오의 살림을 책임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역대급 ‘먹튀’, 카카오 창업주의 시세조종 의혹에 이어 재무 담당 임원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서 카카오가 신뢰의 위기에 휩싸였다.

4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는 재무그룹장인 김모 부사장에 대한 징계 심의 결과를 지난 1일 사내 공지했다. 김 부사장이 법인카드를 게임 아이템 결제 등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한다는 제보가 지난달 접수됐고, 조사 결과 일부 사실이 확인돼 윤리위가 3개월 정직 처분을 결정했다. 김 부사장은 2015년 카카오 재무기획실장으로 근무하다 카카오커머스, 카카오게임즈 CFO를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카카오의 CFO인 재무그룹장을 맡아왔다.

구멍 뚫린 곳간

윤리위는 법인카드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 것 자체는 카드의 사용목적에 부합한다고 봤다. 김 부사장이 쓴 법인카드는 일반 직원들의 업무용 법인카드와는 다른 수당 성격의 법인카드로, ‘공동체(카카오 계열사) 서비스 체험’ 명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 1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리위는 결제 규모가 과했다고 보고 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금액은 환수됐다.

윤리위의 결정에 카카오 내부는 뒤숭숭하다. 임원이 법인카드로 게임 아이템 구매에 억대 결제를 할 수 있다는 데 놀란 직원이 많고, 회사는 핵심 임원의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을 미리 파악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법인카드의 사용처와 한도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규정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자, 카카오 노조는 대응 여부를 논의 중이다.

표류하는 카카오

이번 사건으로 카카오의 경영 리더십은 다시 상처를 입게 됐다.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한 달 만에 벌인 스톡옵션 ‘먹튀’ 사건으로 폭락한 카카오페이 주가는 회복이 요원하다. 사건의 중심엔 ‘김범수의 사람’으로 불리던 류영준 전(前) 카카오페이 대표가 있었다. 카카오의 주가도 좀처럼 5만원대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4일 종가 4만9100원). 게다가 카카오는 지난 3월 하이브를 제치고 1조2000억원에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지만, 김범수 창업자 등이 시세조종 의혹으로 금융 당국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재무그룹장의 법인카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김 창업자와 홍은택 대표 등 카카오 경영진에 대한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기업체에선 감사팀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촘촘히 보는데,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