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올해 상반기 한국과 미국, 일본의 반도체·정유·철강 기업들의 매출이 대부분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국내 반도체 기업은 미국과 비교해서도 저조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반면 자동차와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모두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일 한·미·일 3국 대표 기업 경영 실적을 분석한 ‘한·미·일 업종별 대표 기업 경영 실적’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대상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 유통, 제약·바이오, 철강, 정유, 통신, 인터넷서비스로 대표 기업은 미 포천의 지난해 500대 글로벌 기업과 각국 업종별 상장회사 매출 상위 기업에 따라 선정했다. 한국과 미국은 업종별 2개 기업씩 16개사를 선정했고, 일본 기업은 반도체와 인터넷서비스 업종을 제외한 6개 업종에서 12개사를 뽑았다.
전반적으로 한·미·일 3국 모두 반도체, 정유, 철강 업종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했지만 자동차와 인터넷서비스 업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경기 민감 업종이 국적과 상관없이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 대표 기업인 SK이노베이션(4.7%), GS칼텍스(-17.3%)는 물론, 미국 엑슨모빌(-17.8%), 셰브런(-19.0%), 일본 에네오스홀딩스(0.8%), 이데미츠코산(-4.2%) 모두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저조한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와 인터넷서비스 업종에서는 각국 대표 기업이 호실적을 거뒀다. 한국(현대차·기아), 미국(포드·제너럴모터스), 일본(도요타·혼다) 모두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뛰었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경우 매출 증가율 22.4%, 영업이익률 11.2%를 기록하며 모두 미국(16.9%·5.8%)과 일본(19.4%·6.8%) 경쟁사를 압도했다.
제약·바이오 업종 국내 대표 기업(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의 평균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도 각각 18%, 30.3%로 미국(-18%·19.8%)과 일본(7.8%·6.2%)보다 높았다. 다만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백신을 판매했던 화이자의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국내 반도체 대표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전년 동기 대비 올 상반기 평균 매출 증가율은 –36.2%, 평균 영업이익률은 -24.8%로 인텔·퀄컴(-23.3%·6%)에 비해서도 크게 부진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실적 악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돼 올 상반기에 더욱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이에 대해 “시스템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미국 기업들보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 수요 감소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가장 크게 받으면서 하반기에도 침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수출의 경우 대(對)중국 수출에서 반도체 품목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19.9% 감소했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20.6% 줄며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