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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념이 제일 중요"…與 비주류 "총선 공천기준이냐"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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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가는 방향은 딱 정해져 있어야 한다.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힘을 합쳐 성장과 분배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 것이지,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 엉뚱한 생각을 하고 뒤로 가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

야권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 29일 국민의힘이 술렁거렸다. 당 지도부는 “당연한 말씀”이라는 반응이지만 당내 비주류에선 “선거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야권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국민의힘 인사들은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2일 차 연찬회 도중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말씀은 국정철학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발언한) 이념은 과거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 이런 방식의 이념 대결보다는 외교ㆍ안보, 그리고 경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방향점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해석은 다르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가 당 지지층 결집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 등 취약 지역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공천을 받으려면 침묵해야 하고, 선거에서 이기려면 반발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이라고 했다.

영남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 발언은 야권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연일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며 “결국 ‘정부 및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공천은 없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당의 결속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 연찬회에서 향후 당 운영 원칙으로 “당의 안정과 화합”을 첫 번째로 꼽았다. 앞서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당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다. 국가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고 우리 당정만이라도 국가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확고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발언에도 주목한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이념’ 발언이 최근 논란인 홍범도 흉상 이전, 정율성 기념공원 등과 연결지어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촉발한 이념 논란이 당내 자중지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경기 성남분당갑이 지역구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도층은 민생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정부가 최근 이념 공세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 인터뷰를 통해 “굉장히 과유불급이고 전선을 너무 넓히는 것”이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는 이슈다. 윤 대통령이 나서서 백지화를 지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총선 공천에서 자유로운 김태흠 충남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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