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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 무너졌던 26세 '체조여왕' 금빛 귀환…"나이 든 덕분이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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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돌아왔다. 시몬 바일스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선수권대회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USA Today=연합뉴스

여왕이 돌아왔다. 시몬 바일스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선수권대회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USA Today=연합뉴스

"행복하고, 배고파요."
기계체조의 귀재 시몬 바일스(26)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복귀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밝힌 소감의 일부다. 바일스가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도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중도 하차했다. 말그대로 멘털이 무너진 것. 당초 모든 부문 금메달을 목표로 한 그는 은메달과 동메달 하나씩만 들고 도쿄를 떠났다.

바일스의 기권은 야유 아닌 격려를 불렀다. 바일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이미 최고의 기량을 입증했고, 뉴욕타임스(NYT)의 표현대로 "바일스가 최고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그마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을 밝힌 것은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졌다. 바일스는 그해 말, 스포츠 선수들이 겪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했다며 타임지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선수권 대회에서 압도적 기량을 펼쳐보이는 시몬 바일스. USA Today=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선수권 대회에서 압도적 기량을 펼쳐보이는 시몬 바일스. USA Today=연합뉴스

지난 6일, 그는 지난주 미국 선수권대회의 예선 격인 US 클래식 대회장에 섰다. 공백은 길었지만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역시나 최고의 기량"(ESPN) "지금까지 본 바일스의 경기 중 최고"(NYT) "바일스가 또다시 역사를 썼다"(워싱턴포스트)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압도적 3관왕으로 경기를 마친 그는 여세를 몰아 지난 27일 미국 선수권 대회에서도 1위를 거머쥐었다. 소숫점 점수 차로 메달의 색이 바뀌는 기계체조 종목에서, 그는 2~5점차로 2위를 압도했다. "솔직히 복귀를 앞두고 너무 떨렸다"는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의 독보적 기량이었다.

이제, 다음 질문을 모두가 떠올린다. 도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그는 설욕에 나설까. 바일스는 이 질문에 "예스"도 "노"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런 목표는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의 평온을 통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2021년보다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한 상태"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도마에서 안정적 연기를 보이고 있는 시몬 바일스. 도쿄 올림픽에서 그가 부진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종목이기도 했다. AP=연합뉴스

도마에서 안정적 연기를 보이고 있는 시몬 바일스. 도쿄 올림픽에서 그가 부진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종목이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년의 공백기 동안 바일스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분투했다. 홀로 싸워야 하는 고군분투는 아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미국프로풋볼(NFL)의 조너선 오언스 선수와 결혼하며 최고의 아군을 찾은 덕분이다. 남편은 운동선수라는 공통점과 함께, 바일스 인생의 암흑기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다.

시몬 바일스의 남편, 조너선 오언스. 지난해 12월 경기 중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시몬 바일스의 남편, 조너선 오언스. 지난해 12월 경기 중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또 하나의 아군은 얄궂지만, '나이'다. 바일스는 미국 선수권대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나이를 먹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그는 "훈련을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었다"며 "이젠 한 번에 한 가지 목표씩, 차분하게 가자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대신, 자신의 신체 나이를 잘 살펴가면서 몸에 무리가 덜 가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는 의미다.

바일스가 이번 미국 선수권 대회에서 세운 기록은 여러 개이지만, 그중엔 역대 최고령 1위 선수라는 타이틀도 있다. 그 밖에도 그는 미국 선수권 대회를 8번 제패한 최초의 선수, 올림픽 등을 통틀어 최다인 29개의 메달을 목에 건 기계체조 선수 등등의 명예로운 기록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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