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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할 때 꼭...화장실 급해 면접·시험 망치는 1020 봐야할 기사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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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염증성 장 질환 치료법


크론병·궤양성 대장염으로 구분
복통·설사 4주 이상 지속 땐 의심
증상 나아져도 약물치료 계속해야

소화기관에 염증·궤양이 반복해 생기는 염증성 장 질환(IBD)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영양소의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소화기관인 식도·대장·소장·항문의 내부 점막에 염증이 끊임없이 생겨나 복통·설사·혈변 등이 일상화한 상태다. 염증이 반복되면서 장 점막 세포가 변해 대장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커진다. 최근엔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차단하는 표적 치료로 손상된 장 점막 치유를 시도한다. 임상적 증상 완화에서 한 단계 진보한 개념이다. 내시경적 관해 유지로 염증성 장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내 몸을 지키는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소화기관인 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범위에 따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으로 구분한다. 염증이 입에서 식도·위·소장·대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 전체에 생긴다면 크론병, 대장에만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거나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자다 깰 정도로 복통이 심하다. 식욕이 없어 6개월 동안 체중이 10% 이상 줄기도 한다. 치열·치루 같은 항문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된다. 중요한 순간에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발표·시험을 망치면서 성격이 소심해진다. 어딜 가더라도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거나 외출을 극도로 꺼린다.

염증성 장 질환은 비교적 젊은 10~40대에 발병한다. 나이가 어리고 세균·바이러스에 의한 장염,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증상이 비슷한 데다 학업이나 취업·결혼 등 사회생활에 신경 쓰다 보니 장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무시하기 쉽다. 누적된 염증 반응으로 장이 막히거나 구멍이 뚫리는 응급 상황이 발생한 다음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만약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4주 이상 지속한다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에 병을 숨기면 더 치명적이다.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으로 진행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염증이 같은 부위에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장 점막 손상이 누적돼 병적인 상태로 변한다. 장에 생긴 염증이 장벽을 넘어 관절·눈·피부 등으로 번지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적 염증으로 장 점막이 예민해져 대장암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다. 장 점막이 헐고 낫기를 반복하면 장이 구조적으로 변한다. 결국엔 회복이 불가능해 장을 잘라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서 지속적 염증 관리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치료는 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단계별 약물치료로 이뤄진다. 완치는 어렵지만 증상을 조절하면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엔 염증으로 망가진 장 점막 치유(mucosa healing)에 주목한다. 염증을 유발하는 세포 내부의 신호전달 경로인 야누스 인산화 효소(JAK·Janus Kinases)를 표적으로 한 먹는 약(린버크 등)도 있다. 위·대장 내시경으로 소화기 점막을 살폈을 때 표면의 염증이 모두 소실된 상태를 유지한다. 바로 내시경적 관해다. 이런 상태를 오래 유지할수록 염증성 장 질환으로 인한 협착·천공·폐색 등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복통·설사가 심각한 급성기 상태에서 임상적 증상이 거의 없도록 유지하고 유도한다. 염증으로 인한 장 점막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주사제인 생물학제제와 달리 매일 복용하는 먹는 약으로 투약 편의성도 높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장 점막 치유에 달성한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재발 위험도가 낮고 장기적 예후에도 긍정적임을 확인했다. 전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상욱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 점막 치유 효과를 보인 신약이 계속 도입되면서 근본적인 치료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는 장기전이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자의적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위험하다. 투약 중단 1~2년 후 약 30~50%는 염증성 장 질환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재발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은 반복된 염증으로 장 점막 손상이 누적된다. 의료진과 상태 변화를 논의하면서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단 관리도 필요하다. 영양 상태가 부실하면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 식사할 때는 부드럽고 영양 밀도가 높은 음식을 소량씩 자주 먹는다. 장의 부담을 줄여야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물은 하루 1~2L가량 마시면서 잦은 설사로 손실된 수분을 보충해 준다.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것도 좋다.

인포그래픽=정수경 디자이너
감수=전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상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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