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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같은 소재도 K드라마가 다루면 달라…위상 10년 갈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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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7일 서울 성수동의 에이앤이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타나 제이미슨 에이앤이 스튜디오 대표. 그는 한국 콘텐트의 강점으로 신선하고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꼽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7일 서울 성수동의 에이앤이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타나 제이미슨 에이앤이 스튜디오 대표. 그는 한국 콘텐트의 강점으로 신선하고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꼽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탐욕이라는 보편적 소재도 한국 드라마는 신선하고 독특하게 풀어내더라고요.” 타나 제이미슨(58) 에이앤이 스튜디오(A+E Studios) 대표는 한국 콘텐트의 강점으로 스토리텔링을 꼽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에이앤이는 전 세계 200개국에서 90여 개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사다. 콘텐트 유통뿐 아니라, 10년 전 스튜디오를 차려 콘텐트 제작도 한다. 제이미슨 대표가 총괄한 드라마는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너의 모든 것’)나 미국 지상파 채널 ABC(‘빅 스카이’) 등에서 방영됐다.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 에이앤이 코리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3’ 참석차 내한한 제이미슨 대표는 한국 콘텐트에 대해 연신 “엄청나다(fantastic)”고 했다. 그는 “전에도 K콘텐트를 알고는 있었지만, 첫 한국 방문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소재나 주제를 다루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한국 드라마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JTBC)을 예로 들며 “성형수술이라는 소재 안에 젊음을 담아 질투·욕심 등의 감정을 신선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콘텐트 시장은 지난해 호황이었다. 제이미슨 대표는 “지난해에만 600여 편의 드라마가 제작될 정도로 미국 콘텐트 제작 환경은 절정기였다”며 “현재 작가·배우조합이 파업 중이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방송 시장이 크고 OTT 플랫폼의 수요도 많아 파업 후엔 제작이 다시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자체의 변화가 크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방송사나 제작사 입장에선 다양한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이앤이가 콘텐트 유통을 넘어 제작에 뛰어들고, 배우 강동원·톰 하디·브래들리 쿠퍼 등의 소속사인 레인지 미디어에 투자하는 이유다.

한국과의 제작 협업도 이런 흐름에서 추진한다. 그는 “같은 제작 비용으로 이렇게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데 (한국과) 협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한국 제작진을 만났는데, 미국 IP(지식재산권)에 관심을 보인 배우나 작가도 있었고, 액션 장르를 특출나게 연출하는 PD도 있었다”며 “미국 현지에서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고, 역으로 미국 IP를 한국으로 가져와 작업할 수도 있다. 협업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미디어업체들은 근래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3년 전 미국 폭스가 한국에서 철수했고, 다음 달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종료한다. 에이앤이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한국 지사 격인 에이앤이 코리아는 2017년부터 채널 2개(히스토리, 라이프타임)를 운영하며 ‘편의점 샛별이’(SBS, 2018) 등 드라마와 예능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사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디지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네고왕’이 간판 콘텐트다.

제이미슨 대표는 “한국 제작진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서 투자했을 때 좋은 결과물을 바로 얻을 수 있는 게 강점”이라며 “(한국 콘텐트가) 앞으로 10년 이상은 거뜬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거고, 콘텐트 관련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한국 시장에서 영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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