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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넘는 예술품도…"라이벌은 면세점"이라는 의외의 장소

중앙일보

입력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실제 올해 여름 성수기(7월 25일~8월 15일)에는 하루 평균 18만여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하계 성수기의 85% 수준이다. 2020년부터 3년간 누적 1조9000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올해는 다시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 기간 중 사실상 미뤄뒀던 ‘문화예술공항’이란 기치를 최근 다시 내걸고 있다. 단순히 입·출국 목적으로 ‘지나치는 공간’을 넘어 한국의 멋과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공간으로 공항을 키워낸다는 게 목표다.

김채린(34) 학예사와 이다영(29) 학예사가 이런 책임을 맡았다. 두 사람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문화예술공항팀 소속으로 공사 소속 학예사는 국내에서 두 사람이 ‘유이’하다. 모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학예직’으로 입사했다. 인천공항 곳곳을 문화와 예술로 채우는 게 이들의 주요 업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문화예술공항팀 소속 김채린 학예사(왼쪽)와 이다영 학예사.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문화예술공항팀 소속 김채린 학예사(왼쪽)와 이다영 학예사.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에만 100여 점 달하는 예술품 보유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죠.”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 공간의 크기도 그렇지만, 이용객 수 측면에서도 그렇다. 2019년 상반기에는 3525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인천공항이 자체 보유 중인 예술품·유물도 100여 점에 이른다. 이 중엔 장부가가 10억원이 넘는 설치 미술품도 있다. 사실상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기능도 수행하지만, 공항에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승객이 오는 건 아니다. 

이를 두고 김 학예사는 “대중성과 전문성을 골고루 갖춰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예술을 잘 모르는 일반 승객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공항이다 보니 직접 소장보다는 대여나 기획전의 형식으로 외부 예술품을 들여와 승객에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국립부여박물관과 함께 ‘백제 명품, 백제 문양전’특별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들 박물관이 보유한 백제 산수 무늬 벽돌 등 보물급 소장품을 빌려와 공항 출국장 내 공간에 선보였다. 이 학예사는 “공항 내 공간이 워낙 크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면세점·음식점과 경쟁…세관 협조는 필수

두 사람에게 가장 큰 라이벌은 공항 내 면세점과 식음 공간이다. 공항 이용객이 시간을 보내고, 이들의 눈길을 붙잡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 학예사는 “면세점처럼 화려하고 매력적인 공간들과 조화롭게 경쟁하면서 승객들의 눈길을 끌어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항에서 활동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제법 많다. 일단 공항 세관과 긴밀한 협조는 필수다. 가령 면세구역 내로 전시물을 들여오기 위해선 엑스레이 검색 등이 필수지만, 고가의 유물은 훼손 우려 등으로 인해 엑스레이 노출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 김 학예사는 “현재 전시 중인 백제 산수 무늬 벽돌 등은 (세관과) 사전 협의를 통해 꼼꼼한 육안 점검 후 면세구역으로 반입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용 특수 유리나 유물 관련 온·습도 유지장치 역시 꼼꼼한 보안 검색 절차를 거친 후에야 들여왔다.

백제 문양전. 사진 국립부여박물관

백제 문양전. 사진 국립부여박물관

공간 특성에 맞춰 행사나 전시를 기획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예컨대 여행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많이 오는 제1터미널 교통센터 주변은 상주 직원과 인근 주민을 위한 즐길 거리 등으로 채운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용객이 많은 제1터미널은 어린이와 젊은 부부 승객이 즐길 만한 콘텐트를 넣는다.

두 사람은 “인천공항을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공항 안에 작은 미술관을 갖춘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처럼 ‘볼 게 많은 공항’으로 가꿔가고 싶다”고 했다. 인천공항 역시 박물관이나 갖출 법한 지하 1층, 지상 4층(연면적 약 2만9000평) 규모의 수장고 구축을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박물관에서 일하는 두 학예사의 목표다.

“공항은 결국 한 나라의 얼굴이자, 대표 이미지잖아요. 단순히 여행 때 지나는 공간이 아닌, 인천공항 하면 떠오르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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