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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만원 주고 산 아기…300만원에 되팔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직접 키울 것처럼 행세해 아동을 건네받은 뒤 엄마라고 속여서 아동을 넘기고 돈을 받으면 되겠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아동복지법위반(아동매매) 혐의로 기소된 20대 회사원 김모씨의 검찰 공소장엔 김씨가 2019년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개인 간 아동 입양이 횡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였다. 마침 김씨의 눈에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는데 키울 능력이 없다”는 이모(20대)씨의 글이 들어왔다. 김씨는 이씨에게 연락해 “남편이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고 싶다”고 꼬드겼다. 결국 2019년 8월 24일 오전 9시57분쯤 김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이씨의 병원비 98만3180원을 대신 낸 뒤 생후 6일 된 이씨의 딸을 넘겨받았다.

이후 김씨는 자신이 임산부인 것처럼 꾸민 뒤, 입양을 원하던 나모(50대)씨에게 “아이를 출산하면 입양 보내고 싶다. 병원비와 몸조리 비용이 필요하다”고 연락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34분쯤 김씨는 인천의 한 카페에서 나씨 등을 만나 300만원을 받고 아이를 건넸다. 98만3180원을 주고 산 영아가 300만원에 팔리기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후 나씨는 아이를 다시 오모(50대)씨에게 넘겼고, 오씨는 자신의 아이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김씨의 범행은 지난 6월 출생 미신고 아동(일명 ‘그림자 아동’)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수사기관에 포착됐다. 김씨 등은 아동매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이는 다른 곳으로 입양돼 현재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2019년 같은 수법으로 아동을 매매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유죄(징역 1년 2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출생 미신고 관련해 전국 지자체가 수사 의뢰한 1119건(11일 기준) 가운데 아동 959명의 소재는 확인했지만 108명은 여전히 소재 불명이다. 아동의 사망이 확인된 건 52건이다. 이중 거제 암매장 사건 등 19건은 범죄 혐의점이 확인됐거나 수사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음 달 말까지 대부분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사건마다 서로 다른 난관이 있어 수사에 시일이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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