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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녹아내린 유럽…알프스 어는점 고도 역대 최고 기록

중앙일보

입력

올여름 유럽에서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지속하는 가운데,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어는점(빙점) 고도가 해발 5300m에 근접하며 역대 최고로 높아졌다.

지난 6월 16일 하얀 담요가 덮인 얼음 덩어리가 스위스 발레주 론 빙하의 호수에 떠 있다. 스위스 당국은 해발 2200m 높이에 있는 론 빙하 유실을 막기 위해 특수 담요를 설치했다. 하얀색 담요라 만년설로 보이지만 해빙을 막는 단열 재질의 반사천이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16일 하얀 담요가 덮인 얼음 덩어리가 스위스 발레주 론 빙하의 호수에 떠 있다. 스위스 당국은 해발 2200m 높이에 있는 론 빙하 유실을 막기 위해 특수 담요를 설치했다. 하얀색 담요라 만년설로 보이지만 해빙을 막는 단열 재질의 반사천이다. AP=연합뉴스

AFP통신·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 기상청(메테오스위스)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지난 20~21일 스위스 북서부 기상 관측소의 라디오존데 측정 결과 알프스 상공의 어는점이 5298m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라디오존데는 풍선에 매달려 약 35㎞ 상공까지 올라가 기온·습도·기압 등의 기상상태를 측정하는 관측계다.

이번 기록은 지난 1954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스위스가 자랑스러워하는 빙하에 대한 불길한 새 신호라고 지적했다. 어는점의 고도가 상승한다는 건, 물이 얼기 시작하는 0도 이하 기온을 유지할 수 있는 지점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즉, 알프스 산맥에서 눈·빙하로 덮여 있는 면적이 줄고, 알프스 꼭대기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는 양이 많아진다.

스위스 기상청의 기상학자 미카엘 슈반더는 "보통 여름철 어는점 고도는 3500~4000m 정도다. 5000m 이상이 집계된 것 이번이 세 번째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95년 7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5117m를 기록한 후, 27년이 지난 2022년 7월 25일 5184m로 새 기록을 썼다. 그리고 다시 1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자리한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몽블랑(4808m) 만년설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스위스 기상청은 전했다.

관광객들이 지난 21일 이탈리아 로마 도심의 분수에서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기온은 섭씨 40도를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관광객들이 지난 21일 이탈리아 로마 도심의 분수에서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기온은 섭씨 40도를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알프스 산맥의 어는점 고도가 높아진 원인으로 올여름 유럽을 펄펄 끓게 한 폭염을 지목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스위스에도 매우 강력한 고기압과 아열대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오는 24일에는 최고 섭씨 37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스위스 취리히연방 공과대의 빙하학자 다니엘 파리노티는 "어는점 고도가 5000m를 훌쩍 넘어가면 알프스 산맥의 모든 빙하는 가장 높은 고도까지 녹을 수 있다"면서 "이런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빙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돼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스위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많은 1400여 개의 빙하가 1930년대 초 이후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프스 산맥의 온난화는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오는 2100년에는 빙하 80%가 사라질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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