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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열돔...한달내내 43.3도 '여기' 선인장마저 질식사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 애리조나 피닉스시의 가장 큰 노숙자 시설에서 한 노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그는 AFP에 ″직사광선이 너무 강해 정신착란을 일으킬 것 같다″고 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 애리조나 피닉스시의 가장 큰 노숙자 시설에서 한 노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그는 AFP에 ″직사광선이 너무 강해 정신착란을 일으킬 것 같다″고 했다. AFP=연합뉴스

전례없는 폭염과 수퍼 태풍으로 지구촌 곳곳이 극한 기온의 고통에 빠져들었다. 미국 중남부 여러 도시에선 한달여간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져 사망자가 속출했고, 중국은 12년만의 폭우로 푸젠성 일대에서만 90만 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중서부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시에선 30일 연속 섭씨 43.3도를 찍으며 역대 최장 기간 폭염을 기록했다. AP는 “종전 최장 기록은 1974년 기록된 18일 간”이었다고 전했다.

피닉스의 사막 지대에선 한밤중에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이 지역 명물인 ‘사구아로 선인장’마저 질식사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최대 12m까지 자라는 사구아로 선인장은 원래 뜨거운 사막 날씨에 잘 적응해 온 식물로, 저녁에는 기공을 열어 선선한 공기로 호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애리조나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해가 떨어진 뒤에도 기온이 높게 유지되자 선인장들이 스트레스로 질식하거나, 감염돼 고사하고 있다고 식물 전문가들은 전했다. 앞서 미 동남부 플로리다 연안에선 해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산호초가 폐사하는 백화 현상이 급격히 확산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 인구 셋 중 하나 온열질환 노출” 

애리조나를 포함해 미국 중남부 대다수 지역에 이날까지 38~43도의 뜨거운 공기가 머무르는 ‘열돔 현상’이 계속되면서, 약 1억75000만 명이 열돔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미국 전체 인구(3억4000만 명)의 셋 중 한명 꼴이다.

온열 질환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텍사스에선 66세 여성이 온열 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고, 25일엔 일리노이에서 에어컨이 끊긴 아파트에 머무르던 53세 여성이 사망했다. 애리조나의 매리코파 카운티는 폭염 관련 사망자 수 폭증에 대비해 시신을 보관할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 10개를 추가 주문했다고 한다.

NWS는 “몬순 등의 유입으로 습하고 뜨거운 ‘열돔’이 중남부에서 동부로 이동 중”이라며 “남부의 무더위는 다소간 해소될 수 있지만, 동부에선 뇌우와 돌풍(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NWS는 “고온으로 딱딱하게 굳은 지표면에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면 돌발 홍수 등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자라는 선인장의 한 종류인 사구아로. AP=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자라는 선인장의 한 종류인 사구아로.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 국립공원에도 지난 21일 71세 남성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국립공원의 관리 분석가인 애비 와인스는 가디언에 “현재 공원의 체감 온도는 바람이 안 불 때는 오븐 안에 몸을 구겨 넣은 것과 같고, 바람이 불 땐 헤어드라이어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정도”고 설명했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선인장의 한 종류인 사구아로가 극한의 더위로 인해 말라 비틀어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선인장의 한 종류인 사구아로가 극한의 더위로 인해 말라 비틀어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지난 6월 한 달은 1850년 이후 가장 무더웠다”면서 “본격적인 여름철인 7, 8월엔 기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뉴욕과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들은 속속 무더위 비상 계획에 돌입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더위 대피소로 활용하고, 공공 수영장 운영 시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선 이상 고온에 따른 돌풍도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 NBC5시카고에 따르면 29일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소도시 칸카키에서 풍속 최소 70만 마일(시속 112㎞) 토네이도 두 개가 발생해 시카고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지역 매체는 “이 지역 7만5000명이 무더위 속에 전기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겼다”고 전했다.

스위스선 36년 전 묻힌 등반객 시신 나와 

스위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과거 1986년 이곳에서 실종된 한 독일인 등반가의 시신이 이달 중순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과거 1986년 이곳에서 실종된 한 독일인 등반가의 시신이 이달 중순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알프스에선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36년 전 실종됐던 독일 산악인의 시신이 드러났다. 27일 알프스 체어마트 산맥 발레주의 경찰은 “DNA 검사를 통해 그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 두 명의 등반객이 체어마트의 테오둘 만년설 부근을 등반하던 중 지표면으로 드러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공개된 사진에는 녹은 눈 밖으로 실종자의 등산화의 빨간 신발 끈, 아이젠 등이 노출돼 있었다.

가디언은 “지난 세기 동안 알프스에선 최소 300명이 실종됐으며,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이들의 시신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3년에는 1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오스트리아 산악부대 소속 군인의 유해가 알프스 산맥 이탈리아 측면에서 발견됐고, 이듬해 1979년부터 실종 상태였던 영국 산악인 조너선 콘빌의 시신이 마터호른 인근에서 발견됐다. 지난해엔 1968년 추락한 비행기 동체가 알프스의 알레치 빙하에서 발견됐다.

스위스와 알프스를 경계로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도 역대급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고, 그리스는 산불이 계속 확대되는 등 지구촌 전역에서 이상 기후에 따른 ‘환경 재앙’이 잇따르고 있다.

中 12년 만 ‘폭우 적색 경보’

중국 수도 베이징에 29일(현지시간) 태풍 '독수리'로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에 29일(현지시간) 태풍 '독수리'로 강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구 반대편인 중국에선 제5호 태풍 ‘독수리’(최대 초속 50m)의 영향으로 30일까지 많은 비가 쏟아졌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30일 오전까지 베이징에 평균 228㎜의 폭우가 내렸다. 이에 따라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항공편 37편이 취소되고 열차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중국 기상 당국은 29일 오후 6시부로 ‘폭우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2011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태풍이 가장 먼저 상륙(지난 28일)한 남동부 푸젠성에선 9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국 기상청은 “이번 태풍으로 내달 1일까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산둥, 산시 등에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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