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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98만원에 사서 300만원에 팔았다…'그림자아이' 충격 거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6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된 정모씨(40대)가 둘째 자녀의 시신을 묻은 곳으로 추정되는 경기 김포시 소재의 친정 주거지 텃밭으로 향하고 있다. 정씨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숨진 둘째 딸을 친정 주거지 인근 텃밭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지난달 6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된 정모씨(40대)가 둘째 자녀의 시신을 묻은 곳으로 추정되는 경기 김포시 소재의 친정 주거지 텃밭으로 향하고 있다. 정씨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숨진 둘째 딸을 친정 주거지 인근 텃밭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직접 키울 것처럼 행세해 아동을 건네받은 뒤 엄마라고 속여서 아동을 넘기고 돈을 받으면 되겠다’

아동복지법위반(아동매매)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김모(20대)씨의 검찰 공소장엔 김씨가 2019년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개인 간 아동 입양이 횡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

마침 김씨에게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는데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모(20대)씨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이씨에게 연락해 “남편이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고 싶다”고 꼬드겼다. 결국 2019년 8월 24일 오전 9시57분쯤 김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이씨의 병원비 98만3180원을 대신 낸 뒤 생후 6일 된 이씨의 딸을 넘겨받았다.

김씨는 곧바로 넘겨받은 이씨의 딸 재판매에 나섰다. 김씨는 자신이 임산부인 것처럼 꾸민 뒤, 입양을 원하던 나모(50대)씨에게 “아이를 출산하면 입양 보내고 싶다. 병원비와 몸조리 비용이 필요하다”고 연락했다. 계약은 바로 성사됐다. 2019년 8월 24일 오전 11시34분쯤 김씨는 인천의 한 카페에서 나씨 등을 만나 병원비·산후조리비용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고 아동을 건넸다. 98만3180원을 주고 산 아이가 300만원에 팔리기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씨에게 아이를 다시 넘겨받은 오모(50대)씨는 아동을 정식으로 자신의 아이를 등록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김씨의 범행은 지난 6월 28일부터 출생 미신고 아동(일명 ‘그림자 아동’)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수사기관에 포착됐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있단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관할 지자체 담당자가 지난달 3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김씨 등은 아동매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이는 다른 곳으로 입양돼 현재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번에 드러난 사건에 앞서 이미 아동을 매매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력이 있다. 전주지법은 지난해 10월 2019년 9월 경기도 안성에서 A씨로부터 사들인 아이를 약 680만원에 다시 판매한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어머니 건강상태를 강조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정작 어머니가 안과 수술을 받는 등 도움이 필요할 땐 혼자 빌라에 거주하면서 아동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월 항소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경기 용인에서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조모가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친부와 외조모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용인에서 8년 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조모가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친부와 외조모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그림자 아이 조사 두 달…52명 사망

지난 6월 21일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출생미신고 아동을 찾기 위한 당국의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6월 22일 감사원 발표로 시작된 출생미신고 아동 2267명(2015~2023년 출생)에 대한 복지부·지자체 조사는 지난 16일 마무리됐지만, 지자체의 의뢰로 시작된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수사 의뢰한 1119건(11일 기준) 가운데 아동 959명의 소재는 확인했지만 108명은 여전히 소재 불명이다. 아동의 사망이 확인된 건 52건이다. 이 중 33건은 출산과 동시 또는 직후에 아기가 사망하는 등 이유로 수사가 종결됐다. ▶수원 냉장고 영아 살인(2명) ▶거제 암매장 사건 ▶김포 텃밭 암매장 사건▶용인 야산 암매장 사건 등 12건은 범죄 혐의점이 확인됐다. 40대 여성이 생후 8일 된 아이를 매장한 사건(부산 기장) 등 7건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음 달 말까지 대부분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그러나 난관도 있다. 경찰은 2016년 6월 충남 부여의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 사건을 수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당시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걸 우려한 B씨(경남 사천 거주)가 아이를 차 안에 두면서 아이가 사망했고, B씨가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듭하고 있다. 경기화성동탄서는 20대 여성이 2015년 7월 자신이 낳은 아들을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에게 넘긴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신생아를 데려간 사람을 특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마다 서로 다른 난관이 있어 수사에 시일이 걸리고 있다.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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