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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도시락…젊은층, 외식비부터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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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 건당 이용금액은 1분기보다 3.8% 줄었다. 사진은 21일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 건당 이용금액은 1분기보다 3.8% 줄었다. 사진은 21일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은행원 김모(28)씨는 최근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 식사 후 결제하는 방식을 바꿨다. 원래 식비 통장을 만들어 전체 음식 가격을 한 번에 계산했는데 이제는 통장을 없애고 자기가 시킨 메뉴 값을 각자 치르는 형식이다. 외식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식비 계산을 정확히 하자는 민원 때문이었다. 김씨는 “방식이 달라진 뒤 식비 지출이 많이 줄었다. 예전 같으면 각자 먹을 식사류 외에 나눠 먹을 요리 한 개씩을 추가로 시켰는데 이제는 되도록 단품 요리만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사례처럼 치솟는 물가 영향으로 외식 씀씀이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업종 건당 사용금액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2분기 사용금액은 96.2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3.8% 줄었다.

전 연령대에서 외식 건당 이용금액이 줄어들었지만 가장 감소율이 높은 건 20대다. 20대의 1분기 대비 2분기 사용금액은 93.4로 ▶30대(96.5) ▶40대(96.1) ▶50대(96.6) ▶60대(98.5) ▶70대 이상(98.8)보다 줄어든 폭이 컸다. 물가가 오르자 지갑이 얇은 20대를 중심으로 저렴한 외식이 늘어나고, 함께 어울려 먹기보단 개인화된 외식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안으로 직접 도시락을 싸는 직장인도 있다. 5년 차 직장인 조모(28·서울 강서구)씨는 퇴근 후 다음 날 회사에 가져갈 도시락을 싼다. 저녁에 미리 요리를 해놓고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다음 날 회사에 가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고 있다. 도시락을 만든 지 석 달 정도 됐다는 조씨는 “한 달 월급 240만원으로 적금 70만원, 월세 40만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동료들과 밖에서 사 먹으면 한 끼에 최소 1만원 이상 나가는데 도시락을 싸면 식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바뀐 직장인 점심 문화에 애가 타는 건 외식업계다. 올해 초 엔데믹 전환으로 경기 반등을 기대했지만, 매출은 오르지 않고 인건비 부담과 식재료 상승으로 고충만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산업 공공사이트 ‘The외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전 분기(85.76)대비 3.65포인트 하락한 83.26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경기호전을 전망하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팬데믹 기간 줄곧 100 밑이었지만 엔데믹이 본격화되던 올해 1분기 86.91로 직전 분기(82.54) 대비 소폭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한 셈이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국장은 “물가가 올라 직장인들이 식사를 대충 때우려다 보니 구내식당이나 편의점 간편식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여느 때보다 힘든 현실에 정부 차원의 외식업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 국장은 중국이 6년 만에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한 점이 하반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예전처럼 유커(중국인 단체여행객)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간 중국 내 소비시장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에 와서 어떤 걸 먹고 싶어하는지 니즈 파악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매력이 없으면 다음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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