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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선거 앞둔 한미일 정상, 이번 합의 지속될 방법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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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니얼 러셀

대니얼 러셀

조 바이든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8월 18일 메릴랜드 산맥의 숲이 우거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번 정상회의는 3국 정상의 첫 단독 회의였을 뿐만 아니라 3국과 지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획기적인 약속과 협력 방안을 이끌어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개최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두 핵심 동맹 간의 관계에서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의의 깊이를 반영한다. 일본과의 교착상태를 깬 윤 대통령의 놀라운 정치적 용기와 긍정적인 추진력은 전 세계로부터 칭찬받아 마땅하다.

변화의 속도, 진전의 속도는 예사롭지 않다. 수십 년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두 동맹국 사이의 극심한 소원으로 인한 부담 속에서 활동했다. 이런 역학관계는 북한과 외부의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임무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미일, 획기적인 협력안 이끌어내

일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과 2016년 다자간 회담 계기에 두 차례 3자 정상회담을 주최했다. 하지만 당시 이뤄진 진전과 한·일 간 성과는 중국에 대한 존중, 일본에 대한 적대감, 미국에 대한 양면성이 혼재된 한국의 다음 정부에 의해 후퇴했다. 이와 극명히 대조되는 이번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한국과 두 파트너의 국가 안보에 크게 기여하는 보다 통합적이고 집단적인 국방체계를 향한 전략적인 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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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은 어느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3국 모두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위기 시 서로 협의할 의무를 갖는 합의다. 이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형의 의무 조약은 아니지만 국방과 경제 분야를 포괄하는 3자 안보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하는 중대한 단계다. 또한 3자 동맹은 아니지만 북한, 중국, 러시아의 다양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이다. “협의에 대한 공약”은 정치적 합의이지만 이 공약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선언은 향후 3자 협력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력을 창출하는 강력한 문서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발표된 워크 프로그램은 3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에서 기술이 수행하는 근본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반영한다. 세 정상은 공급망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조기 경고 체제를 개발하고, 민감한 기술 및 연구에 대한 절도와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를 이행할 것이다.

북·중·러 다양한 도전에 대응 가능

이번 3자 정상회의는 북한의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에 더해 러시아와 중국 군함의 공동 작전, 대만해협 긴장 등의 배경하에 이뤄졌다. 북한·러시아·중국과 같은 수정주의 독재국가들은 규칙에 기반한 질서에 도전하고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의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점점 더 협력하고 있다. 중국·북한·러시아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대해 “배타적 파벌” “진영 대결”이라며 맹렬히 비난했고, “아시아의 미니 나토”에 대해 경고하는 등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더 효과적인 억제가 역내 안보에 추가됐다는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 대통령은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도전 과제는 우리의 공조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3자 관계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대는 야심 찬 3자 합의의 지속 가능성과 그 후속 조치가 될 것이다. 3자 협력은 하나의 과정이다. 특정 지도자에게 의존하지 않는 지속적인 한·미·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의그 이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향후 한·일 간에 분쟁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더라도 협정을 계속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 정보, 경제, 개발 분야 협력은 ‘정치적 인질’이 아닌 ‘통상적 활동’이 돼야 한다. 정상과 관료 간의 정기적인 회의, 연합 군사훈련, 정보 공유 메커니즘, 다양한 교류와 실무그룹은 이런 협력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일 간의 진전을 3국 협력의 틀에 담아내는 것은 향후 한·일 관계의 침체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는 3국의 안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정상 모두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년 봄 한국 총선, 일본의 조기 총선 가능성,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그것이다. 세 정상은 모두 자국민에게 선거 캠페인 과정은 물론 그 이후에도 이번 합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합의의 가치를 입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본 글은 한국국제정치학회의 Korea On Point 프로젝트와 공동 기획됐습니다.

☞대니얼 러셀(Daniel Russel)=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이며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역임했다.

대니얼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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