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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매년 방어훈련…"역내외 안보위협 땐 3국 즉각 협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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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03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제공한 헬기 편으로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제공한 헬기 편으로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역내외 위기 상황이 발생하거나 3국 중 한 나라라도 안보 위협을 받을 경우 즉각적으로 서로 협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력 충돌 상황까지 염두에 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3국 정상이 이날 한·미·일 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공약을 담은 문서인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채택한 게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3국 핵심 당국자들 간의 실무 논의 단계에서는 ‘의무(Duty)’라고 명기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공약(Commitment)’이란 단어가 채택됐다고 한다. 중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3각 군사 동맹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비판하는 등 반발이 적잖은 상황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데다 그동안 3국 협력 문제를 소극적으로 처리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보다 긴밀히 논의해 필요한 것을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라면서도 “새 문건이 기존의 미·일동맹이나 한·미동맹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맹에 준하는 선언은 아니라지만, 역내 외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별도 문건으로 강조한 것만으로도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에 강력한 시그널을 줄 것이란 계산이 담긴 셈이다.

실제로 3국 안보 협력의 분명한 타깃은 북한에 맞춰져 있다. 당장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 때 추진키로 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연내에 구축해 가동하기로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상회담 전날부터 이미 시험 가동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또 한·미·일 방어 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인 불법 사이버 활동도 공동으로 감시하기 위해 한·미·일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도 신설하기로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견지한다”고 명기했다. 한반도 대신 북한을 분명히 한 것이 기존 문서와 차이점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대북 기조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임할 경우 단계적으로 대규모 식량 공급과 의료 인프라 지원 등에 나서겠다는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와 함께 한·일 양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도 재확인했다. 공동성명에서는 또 “8월 중순 북한의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를 위한 해상 탄도미사일방어 경보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무기 없는 세계 달성이 국제 사회 공통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적시했다.

3국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방어 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다년간 훈련 계획을 세워 체계적인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특히 주한미군과 국군의 공동 훈련에 ‘팀스피리트’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처럼 3국 공동 훈련에도 명칭을 붙이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한·미·일 공동 군사훈련엔 육해공과 잠수함, 사이버 분야가 망라될 것”이라고 밝혔다.

3국 정상은 더 나아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납치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다.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 추진에 대한 공통 인식도 거듭 확인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3국 정상이 함께 한국의 국군포로 문제와 자유 통일 한반도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회의 결과 문서에 남중국해가 언급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구심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은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나 미국·영국·호주 등 3자 협의체인 ‘오커스(AUKUS)’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강력한 협의체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이 안보 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중국의 강압적 행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일본과의 양자적 군사 협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지다. 국민 정서상 이를 수용하기 어렵고, 자칫 정치적으로 ‘반일 몰이’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한·일 양국 협력의 본질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초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이를 “위기 시 협의 의무(duty to consult)를 맹세하는 것(take a pledge)”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반나절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무(duty)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는다. 공약(commitment)이다”고 밝혔다.

‘의무’가 명시될 경우 위기 발생 시 군사적 자동 개입 등 불필요한 해석을 나을 수 있는 만큼 한국 측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막판까지 진행된 문안 조율 작업을 통해 미국도 결국 한국 측 의견을 받아들여 ‘공약’으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한 나라가 ‘이것은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협의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번 합의 문서는 동맹 간의 공약이 아니며 각국의 자위적 방어권도 저해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3국 정상은 이와 함께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대화’를 출범하고 3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태평양 도서국 등과 관련한 정책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한·미·일 개발정책대화’를 가동하며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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