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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천국 하와이, 왜 화염지옥 됐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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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 8월 9일 마우이 섬 화재진압 지원에 나선 미군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리고 있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화재현장을 뒤덮고 있는 건초가 이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외래종 잡초들이다. 마우이 서쪽 일대는 태평양 열대우림이 아니라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 같다. 연합뉴스

지난 8월 9일 마우이 섬 화재진압 지원에 나선 미군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리고 있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화재현장을 뒤덮고 있는 건초가 이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외래종 잡초들이다. 마우이 서쪽 일대는 태평양 열대우림이 아니라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 같다. 연합뉴스

하와이는 지상천국인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8일 마우이 섬에서 산불이 일어나 1천여명이 실종됐다. 완전히 잿더미로 변한 마을은 '폼페이 최후의 날'같다.

하와이 초유의 참변은 왜 일어났을까. 발화의 직접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산불이 이런 규모의 참사로 커진 배경에 대해선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크게 4가지.
첫째는 강수량의 감소. 강수량이 1990년대부터 줄기 시작해 2015년의 경우 우기(겨울)엔 31%, 건기(여름)엔 6% 줄었다. 이번 산불이 일어난 마우이 서쪽 지역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 둘째는 기온상승. 2016년의 경우 100년전보다 0.92도 상승했다. 셋째는 외래종 식물의 확산. 아프리카 원산 풀들이 엄청난 생명력으로 섬의 4분의 1을 뒤덮었다. 특히 과거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농장이 문을 닫으며 방치된 지역이 잡초 천국이 됐다. 이들 잡초는 우기 동안 웃자랐다가 건기가 되면 바짝 말라 불쏘시개가 된다. 숲으로 불덩이를 옮기고, 타고나면 나무보다 먼저 생태계를 장악해 열대우림을 사바나로 바꾼다. 넷째는 잦아진 허리케인의 강풍. 마침 하와이 남쪽을 지나던 허리케인이 최대시속 130Km 강풍으로 불길을 퍼트렸다.
이상 네가지는 모두 기후위기 증상들이다. 날은 뜨겁고, 비는 안오고, 외래종 식물이 퍼지고, 폭풍이 잦아진다. 하와이에서도 이런 환경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점이 이번에 완전히 타버린 서쪽 해변 라하이나 지역이다. 라하이나는 ‘잔인한 태양’이란 뜻이다. 19세기까지 번창했던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다. 태양은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