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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짙어지는 대중국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로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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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차가운 중국 경제’와 ‘뜨거운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를 계속 흔들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5.2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1340원을 밑돈 건 올해 연중 최저점인 지난 5월 2일(1342.1원) 이후 처음이다.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3% 내린 2519.8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2500선 아래(2482.06)까지 내려갔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을 줄였다. 코스피가 장중 2500선을 밑돈 건 지난 5월 17일(2475.02) 이후 석 달 만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통화가치도 출렁였다. 중국에 대한 수출감소 우려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 정부는 중국 여파를 줄이기 위해 ‘수출 다변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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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흔들린 건 중국 부동산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 긴축)적 메시지가 악영향을 미친 영향이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목표치(2%)를 상회하고 노동시장이 견조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의 상당한 상방 위험이 계속 목격되고 있어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는 2519.85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는 2519.85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미국의 고물가가 만성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로드 아벳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레아 트라우브는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를 훌쩍 상회하는 만큼 경제가 흔들리더라도 금리 인하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장기물 금리는 크게 뛰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수익률)는 이날 연 4.28%까지 치솟았다. 2008년 6월 13일(4.27%)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데다 미국 정부가 장기물 발행을 늘린 탓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뜨거운 미국 경제와 더불어 중국에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드리워지면서 한국 수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과 무역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 모두 ‘경기 침체’ 우려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가장 뚜렷한 신호는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3% 떨어졌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 하락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전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중국만 거꾸로 디플레이션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저물가 기조가 나타나는 것은 중국 내 소비 침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시장 전망치(4%)를 크게 하회했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둔화된 상황에서 단지 정책이 리오프닝으로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축이 소비로 이어지긴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중국은 수출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4.5% 감소하면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의 수출 부진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0년 25.9%에 달했던 대중 수출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19.5%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국이 수출하는 중간재의 약 75%가 중국 내수에, 나머지 25% 정도가 제3국으로 향하는 수출품 제조에 쓰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수입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율은 중국 해관 분류상 ‘주요 국가·지역’ 23곳 중 가장 높은 24.9%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반등 시점이 늦춰지면서 ‘중국 기대’는 ‘중국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돌파구의 하나로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업종별 수출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 무역금용·마케팅·해외인증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품목·지역 다변화 등 구조적 수출 대책도 보완해 추가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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