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격차 4도 이상…아스팔트보다 더 뜨거운 '뜻밖의 장소'

부산 해운대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부채와 휴대용 선풍기를 이용해 더위를 식히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서울 도심에서도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폭염의 격차가 4도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큰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도시에서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시민들이 느끼는 열환경을 분석하기 위해 폭염 시기에 도심 내 다양한 환경에서 기온을 관측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송파구와 협력해 서울 잠실 부근의 주변 환경이 다른 8개 지점에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1.5m 높이 기온과 지면 온도를 각각 측정했다. 또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송파대로의 건물 벽면과 도로, 보행로 등의 온도도 관측했다.

신재민 기자

폭염 시기에 1.5m 높이 기온을 관측한 결과, 도심 주택지역의 최고기온은 37.7도로 공원녹지(33.6도)보다 4도 이상 높았다. 권역별로는 버스정류장의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으며 아스팔트 도로와 흙 놀이터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7일의 경우 버스정류장의 기온은 34.4도까지 올라 아스팔트 위(33.5도)보다 1도 가까이 더 높았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버스정류장은 중앙차로에 위치해 아스팔트 도로에 둘러싸여 있으며 반 폐쇄 공간이다 보니 공기 흐름이 약해 기온 상승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스팔트 위는 사방이 개방된 환경으로 공기순환이 양호해 1.5m 기온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반면, 그늘 쉼터는 온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등나무 그늘 아래 있어서 가장 기온이 낮았으며 햇볕에 의한 기온 변화 폭도 적었다.

아스팔트 바닥, 56.4도까지 치솟아 

신재민 기자

지면 온도는 1.5m 높이 기온과 비교해 폭염 순위가 다르게 나타났다. 아스팔트 바닥의 평균 지면 온도는 평균 기온 대비 최고 13.4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다른 권역과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 1일에는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아스팔트 바닥의 온도가 56.4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어 흙바닥과 버스정류장, 그늘 쉼터 순으로 기온이 높았다. 그늘쉼터와 버스정류장의 경우 햇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다 보니 기온 대비 지면 온도가 더 낮게 관측됐다.

“오후 앉아서 작업시 햇볕 피해야”

지난 1일 서울 송파구청 옥상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송파대로를 관측했다. 위에서부터 관측지역 전경 및 온도 분석 대상 영역. 아래 사진은 오후 1시에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송파대로 모습. 기상청

기상청은 도심열의 공간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송파대로를 관측했다. 그 결과, 건물 외벽의 온도가 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건물 방향에 따라 일사를 많이 받는 오전 11시 전후로 검은색 계열의 건물 외벽 온도는 약 46도까지 올랐다. 유리나 흰색 계열보다 4도 이상 높았다.

차와 사람이 다니는 도로·보행로와 녹지 지역 간에도 폭염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지난 1일에는 오후 2~3시 사이에 도로는 50.7도, 보행로는 48.4도까지 기온이 상승했다. 반면, 나무가 있는 녹지 지역은 최대 36.9도까지 오르는 등 온도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 시에는 최대한 햇볕을 피하고 공원이나 쉼터 등 그늘에 머무르는 것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특히 지면 온도가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아 45~50도 이상으로 나타나는 오후 시간에는 텃밭 가꾸기나 앉아서 작업해야 할 경우 햇볕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