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수조절 94%' 댐, 새로 짓긴 어려운데…리모델링 방법 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강원 춘천시 신북읍에 있는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고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올해 준공 50주년을 맞는 소양강댐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강원 춘천시 신북읍에 있는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고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올해 준공 50주년을 맞는 소양강댐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호우와 가뭄이 빈발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홍수를 조절하고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수몰에 대한 주민 반발과 생태계 훼손 우려 때문에 신규 댐 건설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 댐을 보강해 홍수·가뭄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이 학계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댐을 새로 짓는 게 어렵다면 기존 댐을 고쳐 쓰자는 얘기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국가 물관리위원회(위원장 배덕효)와 한국수자원학회(학회장 이상호)가 주관한 '기후위기 시대 물 재해 대응 방안 토론회'가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렸다.

"댐 높이거나 보조댐 건설을"

16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물 재해 대응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 강찬수 기자

16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물 재해 대응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 강찬수 기자

주제 발표를 맡은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권현한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극한 홍수와 가뭄이 빈발하고, 극한 기후가 충돌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홍수에서 가뭄으로, 가뭄에서 가뭄으로 옮겨가는 기간이 지속해서 짧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홍수-홍수, 가뭄-홍수 전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권 교수는 "용수 공급량의 56%, 홍수조절량의 94%를 담당할 정도로 댐과 저수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기후변화로 댐을 추가 건설할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새로 건설된 사례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1차 댐 건설 장기계획(2001~2011년) 기간에는 27개 댐이 계획됐지만 7개가 건설되는 데 그쳤고, 제2차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에는 계획된 14개 중 2개만 추진됐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댐 건설을 위해서는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등 지역 수용성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아울러 중·소규모 댐 위주로 건설하면서 기존 댐을 리모델링하는 방안, 농업용 저수지를 다목적 댐으로 재개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지난 3월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 있는 주암댐이 지난 3월 20일 오후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댐의 리모델링은 중소 규모 댐의 높이를 올리는 방법이나 기존 댐 상류에 보조댐을 설치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대규모 다목적 댐보다 수몰 면적을 줄일 수 있어 주민 반대 등은 최소화하면서 치수 능력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이재응 교수도 "홍수·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댐의 재활용이 필요하다"며 "댐 운영 방식도 지역 상황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댐이 넘치지 않도록 비상 여수로를 설치해 댐 저수량을 높이거나 도수로로 다른 댐과 연결하는 등 구조 개선(rehabilitation 성능 개선)과 용수 수요를 조절하거나 단일목적 댐을 다목적 댐으로 전환하는 등 비구조적인 개선(reoperation 운영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구조적인 개선으로는 댐의 물 이용량(이수 기능)을 줄이고 홍수조절량(치수 기능)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홍수에 대비해 댐에 물을 적게 담아두는 방식이다.

"4대강 보 홍수조절 능력 없어"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강타한 10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이 수문을 열고 방류를 하고 있다. 누스1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강타한 10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이 수문을 열고 방류를 하고 있다. 누스1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방 점검과 준설 문제도 언급됐다.

국토연구원 이상은 안전국토연구센터장은 "제방 중심의 치수정책은 점검과 보수·보강이 중요한데, 4대강 사업 이후 예산이 지속해서 감소해 제방 점검을 형식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도시 구간의 중요한 제방은 국가·지방 하천 구분 없이 국가가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제방 안정성을 평가하도록 의무화하고 보수·보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보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진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변에 가파른 모래 경사가 드러났다. 4대강 사업으로 준설한 흔적이다. 강찬수 기자

지난해 1월 보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진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변에 가파른 모래 경사가 드러났다. 4대강 사업으로 준설한 흔적이다. 강찬수 기자

(주)이산의 박진원 전무는 "최근 언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홍수 때 4대강 보로 인해 수위가 상승한다는 2021년 환경부 보고서는 강 준설을 고려하지 않고 보 부분만 검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무는 "4대강 보는 치수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홍수 조절 능력이 없고, 보로 인해 수위가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준설 효과를 고려하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대부분 구간에서 계획 홍수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제방을 높이거나 뒤로 물리는 방법, 하도를 준설하는 방법 등을 각각 적용했을 때 실제 통수 단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장기적으로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비교·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