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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활용 방안 '퇴보' 지적…저수지 활용과 취수구 개선 빠져

중앙일보

입력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정부는 지난 3일과 4일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에 가둔 물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양수장 취수구를 낮추는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연합뉴스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정부는 지난 3일과 4일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에 가둔 물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양수장 취수구를 낮추는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가뭄·녹조 대책으로 발표한 '댐-보-하굿둑 과학적 연계 운영' 방안이 지난 2017년 3월에 내놓았던 4대강 보 운영 방안보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6년 전과 달리 저수지 물 활용 방안이 빠졌고, 양수장 취수구 조정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그간 방치된 4대강 보 최대한 활용하라"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3일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본류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보 수위를 높여 가뭄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4일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댐-보-하굿둑 연계 운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저수지 물 활용 방안 빠져

환경부가 4일 발표한 '댐-보-하굿둑 연계 운영 방안'. [자료: 환경부]

환경부가 4일 발표한 '댐-보-하굿둑 연계 운영 방안'. [자료: 환경부]

하지만 지난 2017년 환경부가 내놓았던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과는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3월 당시에는 환경부 외에도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도 연계 운영 방안 마련에 참여했으며, 저수지 둑 높이기를 통해 저수지에 저장했던 물을 수질 개선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담았다.

당시 환경부는 "4대강 보 수문을 개방, 수위를 낮춰 운영하면 각 보의 평균 유속이 20~119% 증가해서 녹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수위가 낮아졌을 때 취수가 곤란한 양수장 25곳의 취수구를 낮추고 어도(魚道) 16곳을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필요한 예산도 638억 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7년 3월 환경부가 제시한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 [자료: 환경부]

2017년 3월 환경부가 제시한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 [자료: 환경부]

환경부는 이번 대책에서도 녹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보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양수장 취수구 개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가뭄 때는 보 수문을 닫고 댐에서 내려보낸 물을 채워 취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수위가 낮으면 취수할 수 없어 수위 상승을 위해 물을 채운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국토부 수자원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됐으며, 농림부의 저수지 부분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취수구 개선 1곳만 설계 완료

지난해 7월 낙동강 합천창녕보에 발생한 짙은 남세균 녹조. [자료: 대구환경운동연합]

지난해 7월 낙동강 합천창녕보에 발생한 짙은 남세균 녹조. [자료: 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부는 한강・낙동강・영산강에 위치한 33개의 취수장・양수장에 대한 개선・신설 공사를 2026년까지 마친다는 목표로 지난해 시작했다.

이 가운데 처음으로 금강 세종시 구간에 위치한 양화 취수장 개선 설계가 지난해 9월 완료했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설계가 진행되거나 발주 중이다.

2017년 이후 6년이 지난 이제야 취수구 개선이 하나둘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3년 이상 기다려야 끝이 난다.

환경부 관계자는 "취수구 개선 사업의 경우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대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환경부가 이번 대책을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새롭게 포장했지만, 특별히 새로운 것도 없고, 완성 시기를 2026년으로 늦추는 등 오히려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취수구 조정이 가뭄 대비와 녹조 예방 등 댐-보 연계 운영의 핵심인 만큼 더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가뭄 등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녹조 발생 등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 피해는 도외시한 대책이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 규탄하는 기자회견 열어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활동가들이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가진 윤석열 대통령 4대강 보 활용 가뭄대책 규탄 4대강 유역 동시 기자회견에서 구호을 외치고 있다. 뉴스1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활동가들이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가진 윤석열 대통령 4대강 보 활용 가뭄대책 규탄 4대강 유역 동시 기자회견에서 구호을 외치고 있다. 뉴스1

한편,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1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4대강 보 활용 가뭄 대책 규탄 4대강 유역 동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과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 정문, 광주 영산강유역환경청, 경남 창원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에서 열린 이 날 기자회견에서 "관계부처에서 내놓은 가뭄 대책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해법도 없고 근본적인 대책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에 물이 많다고 해도 '착시 효과'일 뿐, 정작 물이 필요한 곳(도서 지역)으로는 보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맨 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4대강 보 활용 가뭄대책 규탄 4대강 유역 동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맨 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4대강 보 활용 가뭄대책 규탄 4대강 유역 동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 자리에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언제 적 '4대강 물 그릇론(論)'을 아직도 들고나오는가"라며 "녹조 독소로 국민 건강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수문을 닫으면 수질이 더 악화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 지역에는 생활용수가 부족한데, 깨끗하지 않은 4대강 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도 영산강 승촌보에는 물이 차 있지만, 광주시는 승촌보 대신 오염이 덜한 상류인 덕흥보에서 임시로 취수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근거 없는 물 그릇론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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