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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떼 뛰노는 초원…땅밑 2㎞엔 이산화탄소 10만t 저장시설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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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폴 바라클로그 CO2CRC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센터의 이산화탄소(CO2) 채취 가스전 앞에서 저장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폴 바라클로그 CO2CRC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센터의 이산화탄소(CO2) 채취 가스전 앞에서 저장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15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도심에서 서남부 쪽으로 240㎞ 정도 떨어진 오트웨이 타운. 자동차로 3시간쯤 달리는 내내 소 떼가 풀을 뜯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비포장도로 옆 ‘CO2CRC’라고 적힌 작은 팻말만이 이곳에 이산화탄소(CO2) 포집·저장(CCS) 기술을 연구하고 검증하는 실증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CO2CRC는 CCS 실증센터를 운영하는 호주 연구기관이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4.5㎢ 초원에서 파이프와 계기판이 달린 기계 장치를 드문드문 발견할 수 있었다.

CCS는 발전소나 산업 현장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CO2를 분리·포집한 뒤 압축·수송해 생산이 끝난 고갈 가스전이나 깊은 지하수층(대염수층)에 저장해 격리하는 방식이다. 세계 각국이 넷제로(탄소 순배출량을 ‘0’로 만드는 것)를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기존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폴 바라클로그 CO2CRC 최고운영책임자는 “2004년부터 고갈 가스전과 대염수층 저장소에 9만5000t의 CO2를 주입해 현재까지 CO2가 지상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저장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2만3700여 대의 자동차가 한 해에 뿜어낸 CO2 배출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오트웨이 CCS 실증센터 내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떼. [사진 SK E&S]

오트웨이 CCS 실증센터 내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떼. [사진 SK E&S]

CO2는 액체와 기체 중간인 초임계 상태로 지하 2㎞ 아래 고갈 가스전의 빈 공간이나 대염수층 물속에 갇히게 된다. 가스전에서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층이 코르크 마개 같은 역할을 한다. 호주 정부가 이곳을 CCS 입지로 정한 것은 1.5~2㎞ 깊이에 고갈 가스전과 대염수층이 모두 존재해서다. 센터가 들어선 땅은 주인이 따로 있다. 바라클로그 COO는 “집집마다 방문해 센터 설립을 설득했다”며 “땅 주인들에게 임대료를 지급하고, 매년 3월 초대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은 따로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2008년부터 이곳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용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호주 현장 자료를 이용해 비용을 낮추면서 신뢰도를 높인 관측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한다”며 “CO2가 물에 잘 녹게 하는 첨가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CCS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30개의 CCS 프로젝트를 상업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계획된 CCS 사업으로 처리된 CO2 용량은 2억44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마틴 퍼거슨 CO2CRC 회장은 “호주 정부는 CCS를 국가 핵심 기술로 주목한다”며 “해외에서 배출된  CO2를 호주로 수입해 저장할 수 있는 법안이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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