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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중 교수, 아들 尹 도착 20분 뒤 별세…마지막으로 한 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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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줘서 고맙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이같이 말했다고 15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임종 직전은 아니고 최근 의식이 있을 때 윤 대통령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의 조문을 받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의 조문을 받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곧바로 부친이 입원해 있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향해 부친 임종을 지켰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도착하고 20분 뒤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부친이 며칠간 위중한 상황에도, 이를 참모들에게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찾아뵐 예정이었으나 부친 병세가 최근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윤 교수는 각별한 부자지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꿨던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부친 영향이 컸다. 저명한 계량 통계학자였던 윤 교수가 서울법대 입학 기념으로 선물해준 책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평생의 관심이 양극화, 빈부격차였다"며 "아버지가 제1 멘토였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고인의 생전 모습.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고인의 생전 모습.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이 아닌 윤 교수가 재직했던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주로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 한 방송에 출연해 "공부 안 하고 늦게까지 놀러 다녀 아버지한테 많이 혼났다. 놀다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칙주의자'였던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대형 로펌에 몸담았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할 때 크게 반겼으며,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자애로운 아버지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고교를 졸업한 윤 대통령과 친구들을 연희동 자택 지하실로 불러 '마패'라는 국산 브랜디를 따라주며 직접 '주도'를 가르쳤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들어선 모습.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들어선 모습.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부친과의 추억담을 자주 꺼냈다. 지난 3월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일본에서 학업 중이던 윤 교수를 찾았던 일을 언급하며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4월 2일 윤 교수를 부축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를 방문해서는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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