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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 교실은 동물의 왕국…담임 되면 '사리함' 준비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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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 톺아보기

hello! Parents

지난달 2년 차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사건의 충격이 여전히 큽니다. 교사·학부모 설문에서 97.6%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제2의 서이초 사건이 숱하게 잠복해 있고,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초등교실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교사·학부모·전문가들의 생각과 대안을 집중분석했습니다.

서이초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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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 A씨(23)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발생한 뒤 나온 교사와 학부모의 반응이다.

교육부·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의 전모를 정리하면 이렇다. 서이초 1학년 담임을 맡은 A씨는 문제 행동을 보인 학생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한 학생이 다른 학생 이마를 연필로 다치게 한 이른바 ‘연필 사건’에 대한 학부모 민원에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A씨는 수차례 상담도 받았지만 법과 제도의 도움은 딱히 받지 못했다. 교사들은 비슷한 사건에 휘말려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학부모들은 내 아이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서이초 사건을 집중 해부한 hello! Parents 리포트는 바로 이 부분에 집중했다.

서이초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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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에선 무슨 일이=‘초등 1학년 교실은 동물의 왕국이다.’ 14년 차 이지혜(가명) 교사의 토로다. 수업 중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제시하면 각자 자기 얘기를 쏟아내느라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기 일쑤다. 교사가 “조용히 하고 선생님 설명부터 듣자”고 아무리 타일러도 자기 얘기에 심취한 아이들에게 들릴 리 없다. 수업 중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돌아다니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쉬는 시간에 말도 없이 집에 가버리거나 외진 곳에 숨기도 한다. 이 교사는 “그러면 학생 찾느라 수업은 중단되고 학교는 발칵 뒤집힌다”고 전했다. 어렵게 찾아냈는데도 학부모에게선 ‘애가 없어진 걸 왜 모르셨나요? 선생님은 뭐하고 계셨던 거죠?’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대·소변 실수도 곧잘 발생한다. 그럼 해당 학생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뒤처리를 도와줘야 한다. 전화를 통한 민원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교사들 사이에선 “1학년을 맡으면 사리함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서이초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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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겐 통제 수단이 없다=아이들이 교실을 뛰어다니며 수업을 방해하거나 가위를 휘두르고 다녀도 교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만하고 자리에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것 외엔 별수가 없다. 경력 15년의 성미정(가명) 교사는 “아이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하고, 그러다 아이 몸에 상처가 나거나 뒤탈이 생기면 부모들이 크게 항의하기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언성을 높이거나 출석부로 교탁을 쳐서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손발이 묶여 있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서울 지역 김민정(가명) 교사는 “이른바 ‘기분 상해죄’로 교사가 고소·고발당하는 일이 너무 잦다”며 “교육청도 관련 사례를 알려주고 조심하라고 안내한다”고 전했다. 냉정한 평가 수단은 사실상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뿐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부정적 내용을 적으면 학부모가 “우리 애가 그랬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소송까지 불사하기 때문이다.

서이초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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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건, 어떻게 대처할까=‘연필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면 피해·가해 학생 부모 모두 화살을 종종 교사에게 돌리고 교사들은 무력감을 호소한다. 학교폭력 신고를 넘어 고소·고발전으로도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학교폭력 전담 이상우(경기 금암초) 교사는 “(학부모는) 사건이 터지면 흥분하지 말고 평정심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그게 문제 해결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가 교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전화보다는 대면 상담을 권했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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