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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두말 얘긴 뭐지? 철조망을 오선지 삼은 '휴전선의 예술' [정전 70년 한미동맹 7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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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전쟁이 끝난 뒤 휴전선은 전쟁ㆍ분단ㆍ이산 등 비극의 상징으로 예술 작품에 녹아들었다.

가수 남인수는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휴전선 엘레지’에서 ‘불효자의 이 자식은 휴전선을 바라보면 눈물만 젖소’라며 이산의 아픔을 노래했다. 시인 박봉우는 57년 『휴전선』에서 ‘철조망’‘벽’‘피’로 나타낸 현실을 ‘나비’‘기’로 표상하는 열망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2013년 비목 작사가 한명희 교수가 강원도 철원 백암산 관측소를 방문했다. 중앙포토

2013년 비목 작사가 한명희 교수가 강원도 철원 백암산 관측소를 방문했다. 중앙포토

2013년 비목 작사가 한명희 교수가 강원도 철원 백암산 관측소를 방문했다. 중앙포토

2013년 비목 작사가 한명희 교수가 강원도 철원 백암산 관측소를 방문했다. 중앙포토

휴전선이 낳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비목’과 ‘늙은 군인의 노래’이다.

‘나무로 만든 비’라는 뜻의 비목(碑木)은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이 64년 학군사관(ROTC) 임관 후 제7 보병사단(칠성부대) 백암산 관측소(OP)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백암산 주변에선 정전 직전인 53년 7월 금성 전투와 4ㆍ25고지 전투로 당시 전사자가 많았다

한 전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순찰로 곳곳에 유골과 유해가 즐비했고, 돌무지 위 십자가 모양의 나무가 썩어가고 있었다. 전투 도중 전우의 시체를 수습하지 못하고 주변의 돌로 쌓아놓고 나무비석을 세웠던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68년 TBC(JTBC의 전신 동양방송) 라디오 PD였던 한 전 원장은 통행금지 때문에 숙직실에서 앉아 적은 가사가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다. 작곡가 고 장일남씨가 곡을 붙여 69년 발표됐다.

가슴에 와 닿는 가사로 ‘비목’은 91년 ‘한국인 애창가곡 1위’에 올랐다.

김민기. [사진 학전]

김민기. [사진 학전]

‘늙은 군인의 노래’를 작사ㆍ작곡한 김민기는 카투사로 복무하던 중 그가 만든 노래들이 운동권 노래로 불린다는 이유로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의 제12 보병사단(을지부대) 51연대 1대대 중화기 중대로 전출됐다.

그는 76년 겨울 그곳에서 30년의 군 생활을 접고 전역하는 병기 담당 부사관으로부터 자신의 얘기를 노래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막걸리 두 말을 대가로 지은 게 이 곡이다.

78년 양희은이 부른 이 노래는 한때 구전가요로 전해져야만 했다. ‘군기해이’와 ‘사기저하’라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후 대학가와 노동현장에서 저항가요로 더 많이 알려졌다. 특히 ‘군인’을 ‘노동자’로, ‘푸른 옷’을 ‘작업복’으로 가사를 바꾼 ‘늙은 노동자의 노래’로도 유명했다.

노래 속 ‘늙은 군인’은 ‘푸른 옷’(군)에서 보낸 청춘을 되돌아보면서 느낀 소회를 담담히 읊는다. 그러면서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자식이다’며 그 시간을 결코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2018년 현충일 추념식, 2020년 6ㆍ25 전쟁 제70주년 행사, 2021년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 유해 봉환식 때 '늙은 군인의 노래'가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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