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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에 불심검문 강화 1주일째…"더 강화" vs "인권침해"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최모(26)씨는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홍대 거리를 찾았다가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 최씨는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수상한 점이 있는거 같아 가방을 열어달라고 했다”며 “결국 실례가 많았다면서 돌아갔지만, 범죄자로 보는 거 같아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8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경찰의 불심검문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작성한 정학섭 부산북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정당한 검문에 불응하더라도 아무런 벌칙 규정이 없어 불심검문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경찰의 정당한 업무수행 역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믹 월드 2023 SUMMER'에서 경찰 대원들이 한 코스프레 관람객이 소유한 모형 소총을 검문검색 하고있다. 뉴시스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믹 월드 2023 SUMMER'에서 경찰 대원들이 한 코스프레 관람객이 소유한 모형 소총을 검문검색 하고있다. 뉴시스

연이은 흉기난동과 살인예고 글로 경찰이 지난 4일 선포한 특별치안활동 중 하나인 선별적 검문(불심검문)이 내‧외부의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총 981명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실시해 흉기를 소지한 40명을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104명에겐 범칙금 부과, 314명에겐 경고 후 훈방 조치가 이뤄졌다. 내부에선 “시민 불안과 살인예고 글이 크게 줄었다”(국가수사본부 간부) 등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 경찰 사이에선 불심검문의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수상한 행동을 한 사람과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검문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이 조치할 방법이 없다. 지난 2019년 서울 대림동에서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불심검문을 실시했지만, 이를 거부한 A씨(당시 39)가 흉기로 경찰관의 복부를 찌르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4년차 경장은 “대부분 시민들은 불심검문을 이해해주지만 일부는 고성, 폭언 등을 하며 완강히 저항한다”며 “실제 범죄자가 검문을 거부한다면 별 조치 없이 보내줘야 한다. 이후 문제가 생기면 경찰만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폴넷에 “불심검문을 거부하며 인권위, 감사원에 진정 넣겠다는 시민을 만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검문을 거부하면 선제적 범죄예방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오후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리는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출입구에서 진행요원들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칼, 가위, 포크 등 입장객 반입금지 물품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일 오후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리는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출입구에서 진행요원들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칼, 가위, 포크 등 입장객 반입금지 물품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반면에 불심검문이 현장 경찰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는 탓에 과잉대응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불심검문은 2010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 권고로 한 때 폐지된 적이 있다. 하지만 2년 뒤 아동 성범죄, 묻지마 범죄 등 강력범죄 대책의 하나로 부활했다. 이후에도 인권위는 불심검문에 대한 인권침해 판단을 내렸고, 경찰은 경찰관 신분증 제시, 신분 인식 여부 확인 절차 등을 불심검문 매뉴얼에 추가한 상황이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불심검문이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이 아니지만, 모방 범죄가 판치는 상황에선 경찰이 적극적으로 불심검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법령과 매뉴얼을 정비해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는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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