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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꼭 진지해야 돼? 혁신기업 홀린 '슬랙'의 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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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업 메신저 ‘슬랙’ 창업자 헨더슨

팩플 인터뷰

포춘 선정 100대 기업 중 77곳이 이용하는 서비스. 기업용 메신저 시장 1위 ‘슬랙’은 탄생부터 독특합니다. 원래 게임회사였죠. 직원들끼리 일하기 편하자고 사내 메신저를 만들었는데 이게 대박이 납니다. 때마침(?) 게임 사업도 부진한 김에 아예 업종전환을 합니다. 또 때마침(?) 팬데믹 사태까지 터지면서 슬랙은 혁신기업들의 ‘히어로’가 됩니다. 믿기지 않는 성공 스토리, 읽어보시죠.

칼 헨더슨 슬랙 CTO 및 공동창업자가 18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칼 헨더슨 슬랙 CTO 및 공동창업자가 18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전 세계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쓴다.”

글로벌 1위 기업용 메신저 업체 ‘슬랙’을 소개하는 말이다. 지난해 포춘 100대 기업 중 77개가 팀 커뮤니케이션, 일정 관리, 파일 공유 등이 가능한 슬랙을 쓴다는 게 이런 자신감의 근거다.

지난달 18일 처음으로 방한한 칼 헨더슨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슬랙의 미래, ‘일의 미래(future of work)’에 대해 들었다. 헨더슨 CTO는 2009년 비디오게임 회사 ‘타이니 스펙’을 창업했다. 시장의 반응이 안 좋자 기업용 메신저 사업으로 전환해 2013년 출시한 결과물이 지금의 슬랙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협업 툴 시장은 2021년 472억 달러(약 61조원)에서 연평균 12.7%씩 성장해 2026년 858억 달러(약 111조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임 사업에서 메신저로 전환(pivot)한 계기는.
“당시 50~60명가량 직원들이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뉴욕에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업무 주제별로 채널을 만들 수 있는 협업 툴을 내부적으로 만들어 썼는데 게임 사업이 안 되다 보니 차라리 사내 메신저를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10년 전부터 구독형 서비스(SaaS)를 시작했다.
“SaaS를 도입한 게 성공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처음부터 소비자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당시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각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설득해 판매하는 방식이 대세였는데 영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슬랙의 비즈니스 모델도 B2B(기업 간 거래)지만 최종 사용자(엔드 유저)를 겨냥했다는 게 차별점이다. 회사가 제공한 협업 툴 대신 소비자들이 직접 슬랙 홈페이지에서 일단 서비스를 써 보게 했다. 마음에 들면 비용을 내고 유료 버전을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리미엄이 아닌 ‘free미엄’ 전략이 주효했다.”
슬랙(Slack)의 서비스 예시 화면. [사진 슬랙]

슬랙(Slack)의 서비스 예시 화면. [사진 슬랙]

클라우드 시대에 맞는 서비스 같다.
“당시 스마트폰 앱 스토어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각자 자기 디바이스로, 자기가 원하는 앱을 쓰는 환경이 조성됐다. 개인이 써보고 좋으면 ‘우리 팀에 이걸 도입하자’고 팀원들을 설득하는 시대가 된 거다. 이렇게 슬랙이 전파됐다.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메신저에 이모지를 넣은 이유는.
“초창기부터 이모지는 슬랙의 정체성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e메일을 생각해 보자. 형식적인 내용을 주로 쓴다. 실제 사무실 동료와 일 얘기를 할 때는 e메일처럼 딱딱하게 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캐주얼하게 만드는 게 실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소통이 캐주얼해지는 게 어떤 면에서 좋은가.
“소통을 캐주얼하게 하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슬랙을 통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을 친구나 가족과 대화할 때처럼 비공식적이고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 일종의 ‘기업 캐주얼화’다. 생산성 향상과 성공을 위해 직장에서 항상 진지할 필요는 없지 않나.”
좋아하는 이모지가 있나.
“나는 웃는 얼굴 이모지를 가장 좋아한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은 다른 것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슬랙은 올해 초 ‘슬랙GPT’를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슬랙에 탑재된 네이티브 AI 기능을 통해 대화 요약, 메시지 초안 작성 등을 지원한다.

AI가 어떻게 업무 툴에 적용될까.
“생성 AI가 유행하기 전부터 메신저나 앱 등에 머신러닝(ML·기계학습) 기술이 쓰인 지 오래다. 슬랙도 수십억개 메시지 정보와 데이타에 AI를 접목해 검색 기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보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빅테크들도 협업 툴 시장에 진출했다.
“2017년 MS가 협업 툴 ‘팀즈’를 출시했을 때 ‘굿 뉴스’라고 생각했다. 협업 툴 시장이 커졌고 슬랙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슬랙은 MS 외에도 기업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물 흐르듯 연동될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많아질수록 슬랙의 강점이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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