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박차고 만든 엘박스…‘판결문 맛집’ 소문난 비결

  • 카드 발행 일시2023.08.10

Today’s Interview
“규제 때문에 못해? 창업가는 달라야”
이진 엘박스 대표

“갈등과 규제도 사업의 일부다. 이 규제만 없으면 더 잘할 수 있다는 태도는 스타트업의 자세는 아니다. 나라고 소신이 없겠나. 하지만 나는 투쟁이 아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엘박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진(41·사법연수원 38기) 대표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말의 내용엔 거침이 없었다. 국내에서 리걸테크(legal tech, 법률+기술)는 한동안 ‘로톡 대 변협’이란 플랫폼과 직역단체 간 갈등으로만 부각됐다. 이를 염두에 둔 걸까. 이 대표는 “규제를 진지하게 여기고 다음 전략을 준비한다”고 했다.

엘박스는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가 2019년 창업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판례(262만 건 이상)를 데이터베이스(DB)로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판결문 검색, 변호사 일정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엘박스를 쓴다는 한 변호사는 “로톡이 청년 변호사를 위한 서비스라면 엘박스는 모든 변호사를 위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엘박스에 가입한 회원 변호사는 약 1만4500명으로 전체 변호사 3만3162명(법무부, 3월 기준)의 약 43%다. 97개 기업, 183개 법무법인·법률사무소가 엘박스의 기업 고객들.

엘박스는 내년 초를 목표로 ‘법률 AI’ 출시를 준비 중이다. “리걸테크는 본질적으로 데이터 비즈니스며, 이 본질에 충실한 기업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이 대표는 자신감에 차 있어 보였다. AI 시대에 법률서비스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엘박스는 어떻게 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