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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뜻대로 혁신안 ‘폭탄’ 던지고…김은경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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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당 대표 선출 시 대의원 투표를 배제하고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로만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3차 혁신안을 발표한 뒤 활동을 종료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당 대표 선출 시 대의원 투표를 배제하고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로만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3차 혁신안을 발표한 뒤 활동을 종료했다. 김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가 10일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라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권리당원 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쳐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현행 당헌(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에서 대의원 투표를 아예 없애고, 권리당원 비중을 두 배 가까이 높인 것이다. 그간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해 왔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날 ‘재명이네 마을’ 등 커뮤니티에서 “혁신위가 해냈다”며 환호했다.

당 대표 컷오프(예비경선)에도 권리당원 입김을 강화했다. 현재는 현역 의원과 자치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합쳐 컷오프를 하는데, 혁신위는 ‘권리당원 투표 50%, 선거인단 투표 50%’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경파 정청래·김용민·장경태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못 나온 건 ‘컷오프’를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혁신안대로라면 이들이 차기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당원이 자신의 권리를 챙기고 효능감을 느낌으로써 당 안에 무사히 자리를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지지 기반이 없는 지역에서 확장성을 추구하던 게 대의원제의 기원인데, 지금은 전국 기반이 확장돼 그런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공개한 지역별 권리당원 비율을 보면 PK(부산·울산·경남) 6.9%, TK(대구·경북) 1.8%로 혁신위 설명과 달랐다.

혁신위는 현역 국회의원 평가 하위 30%에는 경선에서 얻은 득표의 20~40%를 감산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물갈이’를 위한 공천 룰 변경도 제안했다.

김은경 위원장은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신 분 중에서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 주기 바란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의원을 역임하신 분 중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분도 불출마 결단을 내려 달라”며 원내·외 중진 불출마를 압박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나 천정배 전 의원을 겨냥했냐’는 물음에 서복경 위원은 “제 사견은 용퇴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지도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 솎아내기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장도 통화에서 “저는 농사를 지었고 수확할 권리가 있다. 노·장·청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3선 의원은 “이 혁신안은 민주당을 호남당, 개딸당으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 영남은 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수차례 시장·지사직을 역임하고, 연고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된 이재명 대표는 혁신 대상에서 피해 갔다”고 꼬집었다.

혁신위는 이날로 조기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겠다”며 호언장담한 지 51일 만이다. 혁신위를 조기 종료시킨 건 ‘노인 폄하’ 등 김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었다. 김 위원장은 “부족한 말로 불편함을 끼친 점에 정중히 사과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추가 해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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