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피해 ‘실내 잼버리’…태권도 하고 김치 담그고

이날 오전 충남 천안시 백석대에서 스웨덴·벨기에 등 6개국 잼버리 참가자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사진 백석대]

흰 도복을 입고 허리에 검은 띠를 두른 잼버리 대원들이 구령에 맞춰 주먹과 발을 내밀었다. 충남 천안시 백석대에 머무는 스웨덴·벨기에 등 6개국 대원들은 10일 이 대학 학생들의 지도로 태권도를 배웠다. 스웨덴 대원 팀 오테(14)는 “한국 무술을 배우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이번 잼버리의 좋은 기억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 대원 대부분은 실내에 머물며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한반도에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 때문이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대원들 안전을 생각해 실내 위주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원들은 공연, 영화, 전시회 등을 관람하거나 산업현장 등을 견학하고 실내 액티비티 등에 참여했다.

서울의 대원들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등을 관람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해설사와 함께 DDP 일대를 둘러보는 건축 투어에 나섰다. 서울 인사동 ‘뮤지엄 김치간’도 찾아 김치 및 발효 문화 관련 프로그램도 체험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일명 롤) 리그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e스포츠 경기장 롤파크도 둘러봤다.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10일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뉴시스]

토고·세르비아·우크라이나 대원 등이 머무는 인천시 송도의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영화관을 임시로 운영했다. 야외 활동이 여의치 않았던 이날 대원들은 ‘인천상륙작전’ 등 영화를 감상했다.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 머무는 일본 등의 대원 1580명은 사찰에서 단양의 대표적 불교문화인 삼회양놀이를 참관했다. 충북 무형문화재이기도 한 삼회양놀이는 마당놀이 성격의 전승 예술이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 체육관을 찾은 포르투갈과 말레이시아 대원들은 한복을 입어보고, 비석치기와 윷놀이 등 한국 전통 놀이를 즐겼다. 인근 한국농수산대에선 김치 담그기 체험도 진행됐다.

반면에 국내에 외교공관이 없는 일부 국가 대원들은 지원에서 소외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남서부 나라인 나미비아 경우가 그랬다. 나미비아는 이번 잼버리에 28명(학생 10명, 인솔자 18명)이 참가했다. 이들의 사정은 과거 나미비아에 유치원을 지어주는 등 지원에 나섰던 단체를 통해 알려졌다.

같은 날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말레이시아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 360여 명이 김치를 담그는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단법인 ‘나를 만나는 숲’의 장희정  연구실장은 “지난 4일 배식된 음식에 곰팡이가 피었고, 대원들이 특히 과일을 먹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주일본 나미비아 영사관 측으로부터 받았다. 단톡방을 통해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이들이 후원금을 모아 치킨·피자 등을 대원들에게 제공했다. 나미비아 대원들은 받은 음식을 비슷한 처지의 트리니다드토바고 대원들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나미비아 잼버리 대원들

이번 잼버리를 위해 2년간 참가비를 모았다는 나미비아 대원 사무엘(15)은 “(조기 철수한 미국·영국 대원들을 보며) 대사관이 있어 (새만금에서) 빨리 나올 수 있던 것 같고, 그런 친구들이 관심을 더 받는 것 같다”며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를 도와준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가 열리는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도로 교통이 통제된다. 전국에 흩어졌던 잼버리 대원들을 태운 버스 1400여 대가 모이는 만큼 주차공간 확보 등을 위해 일반차량 진입을 막는다. 통제시간은 오후 2~11시다.

나운채·채혜선·신진호·최종권 기자 na.un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