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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애호가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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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와인컨슈머리포트에서는 K-와인 24종을 평가했다. 평가단은 전문가 16명과 소비자이자 애호가 60명 등 76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름을 감춘 와인을 평가 중인 평가단. [중앙포토]

와인컨슈머리포트에서는 K-와인 24종을 평가했다. 평가단은 전문가 16명과 소비자이자 애호가 60명 등 76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름을 감춘 와인을 평가 중인 평가단. [중앙포토]

세계무대에서 K-팝이나 드라마, 클래식만 잘 나가는 게 아니다. 최근엔 K-와인이 해외 품평회에서 잇달아 호평받고 있다. 특징은 식용 포도의 한계를 양조 기술로 극복했다는 데 있다.

처음엔 ‘청수’ 하나였던 품종도 늘어났다. 청수는 농촌진흥청에서 ‘시벨 9110’과 ‘힘로드’를 교배해 개발했는데, 2006년 시험 양조를 거치면서 와인용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여기에 산머루, 샤인머스캣, 킹데라 등 다양한 품종을 써서 맛과 향이 다양해지고 품질도 개선됐다.

경북 김천의 수도산와이너리는 산머루로 만든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 2018’로 지난해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골드를 수상했다. 풍미가 진한 킹데라를 사용한 갈기산포도농원의 ‘포엠로제’와 청수와 나아이가라 품종을 블렌딩한 ‘포엠 화이트’는 2021년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골드를 받았다. 충북 영동 불휘농장에서 만든 ‘시나브로 청수 화이트’ 역시 청수로 만든 와인이다. 2021년 베를린와인트로피 은상을 받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번에 와인컨슈머리포트에서는 K-와인 24종을 평가했다. 국내 약 250개 와이너리 가운데 와인 품평회 수상 경력이 있는 10곳에서 화이트와인 12종과 로제와인 4종, 레드와인 8종을 출품했다. 평가단은 전문가 16명과 소비자이자 와인 애호가 60명 등 총 76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4종 전체가 메달을 받았다. 전문가 평가단은 15개에 골드를, 애호가 평가단은 3개에 골드를 줬다. 시음 평가에서는 그랑골드(95점 이상), 골드(90~94점), 실버(85~89점), 브론즈(80~84점) 등급을 부여한다.

전문가와 애호가 모두에게 골드 등급을 받은 와인은 금용농산의 ‘미르아토샤인머스캣 화이트 스파클링’이다. 샤인머스캣은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최근 식용으로도 인기를 얻는 포도 품종이다. 화이트 스파클링와인을 드라이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등은 수도산와이너리의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 레드’와 갈기산포도농원의 ‘포엠로제 세미 스위트’가 공동 수상했다. 유기농 산머루로 만든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 레드’는 전문가 평가에서 1점 차이로 그랑골드를 놓쳤다. 최정욱 와인연구소 대표는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 레드에서는 오랫동안 숙성한 와인(실제 3년 이상 숙성)에서 나는 풍부한 향이 있었고, 감미롭고 부드러운 맛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킹델라웨어 품종으로 만든 ‘포엠로제 세미 스위트’는 남성 평가단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소희 소믈리에는 “식용 포도에서는 드물게 느껴지는 장미향이 풍긴다”고 말했다.

대향와이너리의 ‘대향와인 화이트 세미 스위트’는 3등에 올랐다. 소펙사에서 실시하는 와인대회에서 아마추어 부문 1위를 수상한 김성실 와인전문가는 “잘 익은 청포도향과 풀향이 먼저 나고, 그 뒤로 파인애플·망고 같은 열대 과일의 향이 어우러져 전반적인 조화가 좋다”며 호평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와인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평가가 서로 달랐다. 경험이 1년 이하인 사람들은 ‘대향와인 화이트 세미 스위트’(92점)를 1위로 꼽았다. 반면 3~5년 경험자들은 ‘유총 와인 드라이’(93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연령대로는 20대가 가장 좋아한 와인은 91점을 받은 ‘미르아토샤인머스캣 스파클링’ ‘대향 스위트 화이트와인’ ‘포엠로제 세미 스위트’ 등 3종이다. 30대는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 레드’(92점)와 ‘위 레드 드라이’ ‘샤토 미소 스위트 로제’(이상 91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40대가 골드 메달로 선택한 와인은 ‘대향와인 화이트 세미 스위트’ 한 종뿐이다.

와인컨슈머리포트를 공동 주관하는 와인소풍의 이철형 대표는 “수입 와인을 마셔본 경험이 주는 맛과 향에 관한 연령대별 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품평회를 통해 식용 포도로 만든 한국 와인의 고급스러운 향미를 전문가와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와인이 국내외 와인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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