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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 최대 소비국인데… 정작 ‘중국산’은 별로 없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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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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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하이난(海南) 싼야(三亞)에서는 ‘국산 두리안’을 대규모 수확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는 ‘국산 두리안’을 맛본 이들은 많지 않다. 왜일까?

싼야시농업농촌국에 따르면 싼야는 약 4년 전 두리안 품종을 처음 들여왔다. 싼야두리안 기지는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수확 작업을 진행했다. 싼야의 각 구는 총 1만여 무에 달하는 두리안을 재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현지 슈퍼마켓과 과일 가게에서는 중국산 두리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간혹 판매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싼야에서 생산된 두리안은 3.5~4.5근에 168위안(약 2만 9948원), 7.5~8.5근에 328위안(약 5만 8525원). 한 근에 약 40위안(약 7135원) 이상이다.

중국 슈퍼마켓 체인 융후이차오스(永輝超市) 기준, 태국산 두리안 2.3kg의 가격은 139위안(2만 4789원)으로 근당 30위안(약 5350원)에 불과하다.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는 더욱 저렴하다. 태국산 두리안 4근이 약 99위안(약 1만 7655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두리안이 수입품 두리안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것이다.

중국산 두리안, 왜 비쌀까

사진 중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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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두리안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여기에는 중국 현지에서 두리안 재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때 하이난은 두리안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여겨졌다. 펑쉐제(馮學傑) 하이난성 농업과학원 열대과일연구소장은 중국신문주간(中國新聞週刊)과의 인터뷰에서 “하이난이 1958년 말레이시아에서 두리안을 들여와 재배했지만, 관리 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실패했고, '하이난은 두리안을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라는 의견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두리안은 재배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과일이다. 펑쉐제는 두리안이 “겨울에는 따뜻해야 하고 여름에는 서늘해야 하며 습도는 언제나 75~85%로 조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폭우, 가뭄 및 강풍 등 예상치 못한 기상변화는 두리안 수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2015년, 바오팅리족먀오족자치현(保亭黎族苗族自治縣)의하이난화성생태농업기지(海南華盛生態農業基地)에서 심은 44그루의 두리안 나무가 2019년에 열매를 맺으며 상황은 달라졌다. 해당 소식이 중국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하이난 전역에서 두리안을 대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싼야에서 제1회 국산 두리안 산업 발표회가 개최되었다. 중국 전역의 두리안 애호가와 바이어들이 싼야로 몰려들었다. 이번 행사에는 원지(文記)두리안(무상킹 두리안의 일종)의 개발자인 원차오(文超)가 초청되어 두리안 5개를 시음했다. 그는 “이 중 2개는 당도가 35 이상으로 기대를 뛰어넘었고, 나머지 3개는 아쉬운 편”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두리안 나무가 3살인 점을 고려하면 동남아에 견줘도 우등생급”이라고 덧붙였다.

수입산과 다른 점은 바로 '이것'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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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두리안의 최대 강점은 바로 '나무에서 익는 것'이다. 두리안과 같은 열대 과일은 운송 과정에서 후숙되는 것과 나무에서 숙성을 완료하고 재배되는 것으로 나뉜다. 태국산 두리안을 예로 들면, 장거리 운송을 고려해 보통 70~80%가 익었을 때 수확한다. 그러나 이렇게 미리 재배한 두리안은 후속 영양 보충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무에서 익은' 두리안과 맛 차이가 있다.

말레이시아산 두리안은 나무에서 숙성을 완료하지만, 콜드체인 운송 과정에서 급속냉동을 거치면서 과일 향이 파괴되거나 식감이 변질되기도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탓에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두리안은 ‘과일 계의랜덤박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이난 두리안은 운송 시간이 짧아서 나무에서 숙성을 마칠 수 있다. 동남아산 두리안보다 뛰어난 맛이 강점이다. 펑쉐제는 이를 “하이난 두리안의 발전 방향”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국산 두리안’에 힘 쏟는 이유는?

중국은 두리안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 ‘두리안 소비 대국’이다. 2017년 중국의 두리안 연간 수입량은 22만 4400톤이었으며 지난해에는 82만 5000톤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두리안 수입량은 9만 14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4% 증가하였으며, 지난 5년 이래 수입량이 가장 많았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 최대 두리안 유통 업체 홍주궈핀(洪九果品)은 “지난 몇 년간 두리안 판매 증가율이 다른 과일 품목을 크게 웃돌았다"라며 “소매액은 2019년 210억 위안(약 3조 7514억 4000만 원)에서 2021년 524억 위안(약 9조 3612억 6000만 원)으로 증가하며 무려 5.7%의 복합 성장률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두리안의 소매액은 전체 수입 과일 산매 시장 규모의 약 31.7%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리안이 중국인에게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신선식품 배달업체 ‘딩동마이차이(叮咚買菜)’ 상품 개발 책임자인 자오빈(趙斌)은 “중국에서 재배되는 과일 중 두리안과 유사한 풍미와 식감을 가진 과일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두리안은 중국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과일로서 높은 소비자 충성도는 물론 재구매율까지 끌어내고 있다. 중국이 두리안 국산화에 힘을 쏟는 이유다.

한편, 원차오는 두리안의 국산화가 국내 두리안 공급뿐만 아니라 기술력의 향상과 기술력의 대외 수출 가능성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대륙의 두리안 재배 기술, 어디까지 왔나?

사진 펑파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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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충(杜百忠) 하이난유치농업주식회사(海南優旂農業股份有限公司) 사장은 중국산 두리안 재배에 기여가 적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2020년 싼야에서 두리안 대규모 재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이후 3년 동안 총 3억 4000만 위안(약 609억 7560만 원)을 두리안 재배에 투자했다.

그가 처음 두리안을 심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묘목의 생존율은 60%에 불과했다. 죽은 묘목을 뽑아내고 계속해서 새로운 묘목을 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두바이충을 비롯한 여러 기업과 하이난 과학 연구팀의 노력으로 중국의 두리안 재배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태국 및 기타 생산 지역과 비교하면 싼야 지역은 일조시간이 길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강우량이 적고 계절 분포가 고르지 않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두바이충은 자동 관개 시스템을 통해 비료와 물을 정확하게 공급하는 대규모 저수지를 건설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연구를 거친 끝에 그의 회사는 올해 총 1만 4000무의 두리안을 재배할 수 있었다. 이는 하이난 두리안 재배 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크기다.

사진 펑파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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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두리안 국산화에 힘을 썼다. 펑쉐제는 현지 두리안 재배를 위한 비료 및 물 관리 기술, 해충 방제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듯 두리안이 짧은 시간에 하이난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과학 기술이 있었다. 덕분에 두리안 나무 폐사율은 초기 40%에서 2%로 줄어들었다.

싼야시농업농촌국은 앞으로 3~5년 안에 50만 무의 두리안 산업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하이난 두리안은 중국에서 태국, 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두리안 공급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펑쉐제는 "그때쯤이면 국산 두리안 가격이 한 근당 10~20위안(약 1814~3628원)이 될 것"이라며 중국산 두리안의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박고운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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