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넉 달 연속 늘어난 가계대출, 주택시장 괜찮은 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주택시장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 크게 늘어

고금리 상당 기간 지속, 아파트 시장 관리해야

가계빚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고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4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어제 공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7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폭으로는 가장 많았다. 가계빚 증가의 중심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3월 증가세로 전환돼 5개월 연속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건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아파트 거래량도 늘었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3만2000가구에서 6월엔 3만6000가구로 11.7% 늘었다. 특히 비싼 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 거래량은 같은 기간 1만3000가구에서 1만6000가구로 23% 급증했다.

가계와 정부 모두 가계빚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최근 공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7월 의사록을 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매우 강하게 경고성 발언을 했다. 금통위원 5명은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증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하는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했다. 가계빚 규모를 줄이는 게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 금통위원들의 견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이후 4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저금리가 4%대로 올라왔고, 최고금리는 7% 선까지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조만간 끝날 것이고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낙관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현재의 고금리를 상당 기간 견뎌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리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 주택 매수에 뛰어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부도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시장이 예전처럼 과열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주택시장 회복세는 지방에 산재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부실 위험을 줄여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자칫하면 주택시장 매수 광풍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새 정부 들어 일련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계빚 증가로 이어진 측면은 없는지 꼼꼼하게 재점검하기 바란다. 필요하면 속도조절이라도 해야 한다. 부동산 PF 사업장을 살리겠다고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 매수 열기를 못 본 체하거나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