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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또 뛰기 전에 사자"…지난달 가계대출 5.4조원 증가, 올해 최대 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 잠잠했던 주택 매수가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대출 증가 폭도 커졌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가계대출이 늘면 연체율 상승 등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가계대출 5.4조원 급증, 올해 들어 최고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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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모든 금융권에서 취급한 가계대출은 한 달 전과 비교해 5조4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들어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 폭으로는 최고치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은 정부의 고금리 정책 영향에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감소세를 이어갔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증가로 전환된 뒤, 4개월 연속 늘었다. 6월(3조5000억원)과 비교해서, 지난달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약 2조원 가깝게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뒤, 5개월 연속 늘었다. 6월 증가 폭(6조4000억원)보다 지난달 증가 폭(5조6000억원)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부동산 거래 늘며, 주담대 급증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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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최근 반등을 보이는 아파트 매매시장과 연관이 있다. 고금리 정책으로 급감했던 신규 아파트 매매수요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정책모기지 등 금융 지원에 힘입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올해 초 급등했던 금리가 최근 일부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불을 붙였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3만2000호)과 비교해 6월(3만6000호)에 약 11.7% 늘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이 몰려있는 수도권 거래량은 같은 기간 1만3000호→1만6000호로 23% 증가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감소 폭은 6월(-2조8000억원) 대비 지난달(-2000억원) 크게 둔화했다.

통화 긴축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가계대출 재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곧 끝날 거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기준금리 인하까지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단시간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예상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실제 3.8%대를 유지하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4%를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대출금리가 오른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서다. 최근 5대 시중은행(KB금융·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4일 기준 4.08~6.937%로 집계됐다. 최저금리는 4%대로 올라오고, 최고금리는 7%대까지 근접했다.

“가계대출 면밀한 관리 필요”

하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금리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초까지는 전월 대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에서 정책모기지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개별 금융사가 취급하는 일반개별주담대보다 높았다. 하지만 6월부터 비중이 역전됐다. 실제 지난달은 전달 대비 일반개별주택담보대출 증가 폭(3조9000억원)과 정책모기지(2조4000억원) 증가 폭이 1조5000억원까지 벌어졌다.

정책모기지는 장기 고정금리형 상품이라 금리 변동 위험이 일반개별주택담보대출보다는 적다. 또 사회 취약층 실수요자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리 면에서도 일부 유리하다. 하지만 정책모기지가 아니라 일반개별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높은 금리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빌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증가하는 것은 당연히 부동산 가격 상승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일부는 생활자금대출로도 사용했을 것”이라며 “금리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서 이러한 대출 증가는 연체율 상승 등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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