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장모(31)씨는 “오늘까지 이 구성으로 판매한다”는 인터넷강의 업체의 광고를 보고 80만원을 썼다. 그는 “당장 결제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겠다 싶어 홀린 듯 결제 버튼을 눌렀다”며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같은 구성에 동일한 가격으로 계속 팔고 있더라”고 말했다.
판매 마감일 바꿔가며 소비자 유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다크패턴에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무원시험과 자격증 강의를 주로 하는 인터넷강의 업체가 대상이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공단기‧에듀윌 등 공무원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업체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문제가 된 건 “오늘만 이 가격”, “오늘만 이 구성”과 같은 광고 문구다. 실제로 그날만 할인한 게 맞다면 표시광고법 위반이 아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가격과 구성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만 싸게 판다고 홍보했지만 다음 날도 똑같이 팔았다는 의미다. 할인 행사를 하는 것처럼 표시한 강의의 판매 마감일을 소비자가 접속한 날짜로 표시되게끔 한 업체도 있었다. 8월 7일에 접속하면 7일이 마감, 8일에 접속하면 8일이 마감인 것처럼 하는 식이다.
다크패턴 조사, 입시업계로 번지나
특정 업계의 다크패턴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가스터디‧시대인재 등 입시 업체에 대해선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 합격자 수나 강사진 이력을 부풀렸다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가 발단이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대학 입시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다크패턴 관련 위법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크패턴 유형 중 일부는 현행법으로 제재가 불가능하다. 취소 버튼은 작게, 구매 버튼은 크게 만드는 ‘잘못된 계층구조’나 무료 체험으로 시작해 기간이 지나면 유료 결제로 자동 전환하는 ‘숨은 갱신’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 법이 국회에서 입법되지 않다보니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국회 정무위에선 무료 서비스에서 유료로 전환 시 소비자 동의만 받을 것인지, 계약을 새로 체결한 것인지를 놓고 이견이 나왔을 뿐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여‧야 합의는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