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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의 꽃" 가스터빈 국산화 시대 열렸다...두산에너빌리티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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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말 경기 김포 열병합발전소. 중앙 건물에 들어서니 뜨거운 기운이 훅 들이닥쳤다. 커다란 기계음 탓에 옆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발전소 중앙에는 대형 파이프와 연결된 컨테이너처럼 생긴 설비가 있었다.

한국서부발전, 김포 열병합발전소서 '국산 1호 가스터빈' 상업운전

'국산 1호 가스터빈'이 들어선 김포 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국산 1호 가스터빈'이 들어선 김포 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얼핏 단순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국산 1호 가스터빈’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안병호 두산에너빌리티 김포열병합건설사무소 공무부서장은 “터빈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 탓에 컨테이너처럼 생긴 ‘커버’를 씌워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버 내부에 들어서니 보온재로 둘러싸인 가스터빈이 위용을 드러냈다. 겹겹의 단열 조치를 한다는 건 그만큼 열기가 뜨겁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든 첫 국산 가스터빈(270MW)이 240시간에 걸친 연속 운전 시험을 마치고 김포 열병합발전소(한국서부발전)에서 상업 운전의 시동을 걸었다. 서부발전 측은 이를 통해 인근 약 50만 세대에 전기를, 8만 세대에 열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국산 가스터빈.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국산 가스터빈.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가스터빈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쓰는 동력기관이다. 일반 화력·원자력발전소 등에서는 석탄을 태우거나 핵분열로 증기를 발생시켜 그 힘으로 터빈(회전기관)의 날개를 돌린다. 이때 터빈에 맞물린 발전기가 돌아가며 전기가 생성된다.
LNG를 쓰는 발전소는 다르다. 가스터빈 내에 천연가스와 압축된 공기를 한꺼번에 주입해 연소시키고, 그때 나오는 고온·고압 배기가스로 가스터빈 자체를 회전시켜 발전기를 돌린다. 증기를 따로 발생시키지 않는 만큼 가볍고 다루기도 쉽다. 실제 김포 발전소의 가스터빈은 길이 11.5m에 중량 330t으로, 보통의 스팀터빈(12m, 500t)보다 작고 가벼웠다.

효율도 높다. 전기와 난방용 열을 모두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에서는 가스터빈으로 전기를 만든 후에도 배기가스가 여전히 뜨겁다는 점을 활용해 그 힘으로 다시 한번 스팀터빈을 돌린다. 김포 발전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1500도가 넘는 배기가스 열을 견딜 소재를 만드는 일이 어렵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가스터빈을 만드는 업체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미쓰비시파워, 독일 지멘스 등 5개 업체에 불과했던 이유다. 국내 발전소들에 설치된 가스터빈 150여기 역시 모두 외국산인 이유다. 수리·보수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도 이들 업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국산화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가 도전을 시작한 건 2013년 7월. LNG 발전소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참이었다. 2005년 소형 가스터빈(5MW)을 만드는 데 성공해 자신감이 붙은 덕도 컸다. 정부가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국책 과제로 밀며 600억 원을 투자했고 두산 측이 1조원을 투입했다. 가스터빈은 용량에 따라 소형(~99.9MW)·중형(100~214.9MW)·대형(215~299.9MW)·초대형(300MW 이상)으로 구분하는데, 발전소에서는 보통 대형 이상이 쓰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두산 측은 1500도 고열에도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소재’를 만들 수 있었다. 과열을 막기 위해 가스터빈 블레이드(날개)에 차가운 공기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도 만들었다. 그렇게 2019년 9월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첫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다. 어렵사리 만든 만큼 실증이 중요했다. 이때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한국서부발전이다. 양측은 약 5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2020년 김포 발전소 착공에 들어갔다. 박홍욱 두산에너빌리티파워서비스BG장은 “실증 성공과 상업운전 돌입에는 무엇보다 한국서부발전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두산에너빌리티는 내친김에 가스터빈을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한국중부발전과 2800억 원 규모의 보령신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30년까지 국내 발전소 건설 계획을 살폈을 때, 국산 가스터빈을 쓸 경우 약 10조 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천연가스와 수소를 섞은 ‘수소 혼소’를 주입해 쓰는 수소 터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 측은 “세계 최초의 400MW급 초대형 수소 전소 터빈을 2027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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