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21일 충남 서산시 한화임팩트 대산공장 수소 혼소 실증 사업 현장. 발전 설비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 가운데 H2(수소) ‘51.7%’라는 수치가 떠 있었다. 기존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들어 있는 수소 비율을 나타내는 숫자다.
6600㎡(약 2000평) 부지 중심에 3면으로 둘러싸인 발전 설비가 보였다. 오른쪽에서는 수소 농도가 10%대인 부생수소, 왼쪽에서는 100% 수소 가스가 각각 파이프를 통해 ‘믹싱 스테이션’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혼합된 수소 혼소 연료가 가운데 가스터빈으로 운반돼 연소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다.
한화는 이곳에서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80메가와트(㎿)급 중대형 가스터빈의 혼소율 59.5% 수소 혼소 발전 실증에 성공했다. 수소 혼소 발전은 LNG 가스터빈 내 연소기를 수소도 태울 수 있게 개조해 LNG와 수소를 섞은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노후 가스터빈 개조해 수소터빈으로 재활용
이번 실증 사업은 80㎿급 실제 발전 설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59.5%의 혼소율(수소를 섞는 비율)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지 시험하는 것으로 2021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됐다.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는 이날 ‘수소터빈발전 실증 기념식’을 열고 “기존 LNG 가스터빈을 활용한 수소 혼소 발전이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상용화에 다가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 혼소 발전은 LNG 발전 대비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적어 미래 친환경 발전 기술로 꼽힌다. 한화임팩트는 이번 실증 사업에서 LNG 발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 22% 저감, NOx 배출량 6㏙(배출 허용 기준 20㏙) 이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송용선 한화파워시스템 상무는 “수소 혼소 발전은 LNG 가스터빈 등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20년 이상 가동해 노후한 가스터빈을 수소터빈으로 개조하면 수명이 20년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LNG 가스터빈 150여 대를 모두 수소 50% 혼소 터빈으로 개조하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6600만t에서 5000만t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7년 이후 정식 생산·판매 계획
한화는 이번 사업이 국내 중소·중견기업들과 함께 기술 국산화를 이룬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가스터빈 전량을 해외 업체 제조에 기대야 했지만 앞으로 국산 기술로 이를 개조해 재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증 성공을 이끈 핵심 기술은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기술이다. NOx는 터빈 내 연소기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많이 배출되는데 한화가 자체 개발한 연소기 기술로 연소 조건을 제어할 수 있다. 화염 제어 기술은 LNG보다 7~8배 빨리 연소되는 수소의 성질 때문에 화염이 역류하는 현상을 막아준다.
수소 혼소 발전은 탄소중립(수소 전소 100%)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기술이라고 불린다.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세우면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캐스트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 가스터빈 시장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9.4%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임팩트와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한화는 내년까지 혼소율을 59.5%에서 100%까지 높여 이후 정부의 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인허가 절차를 거친 뒤 2027~2028년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정식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값이 비싼 수소를 확보하는 것이 숙제다. 이에 대해 송용선 상무는 “현재는 수소 가격이 LNG의 5~10배지만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2030년쯤이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