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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흔들리니, 한국 대출금리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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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일본의 긴축 전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대출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5일(현지시간) 금융투자정보 업체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8%대를 유지했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일 장중 4.179%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임에도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몇 가지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우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미국 정부의 국가 채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미국 재무부가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960억 달러에서 1030억 달러(134조7240억원)로 늘린 상황에서 국가 채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미국 국채 신뢰 저하로 이어졌다.

이런 미국 국채 금리 상승 흐름은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췄을 때와는 정반대다. 2011년 당시에는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오히려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졌다.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외국인 중 미국 국채 최다 보유 1·2위인 일본과 중국의 매도세가 컸다. 지난 5월 일본은 전달 대비 300억 달러, 중국은 121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팔았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3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5월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량(7조5270억 달러)은 전달 대비 53억 달러 줄어들면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긴축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미국 국채에 악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미국 국채에 투자한 일본 자금이 자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물가 상승세의 장기화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악영향을 줬다. 최근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재상승 우려마저 나온다. 물가에 영향력이 큰 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세계 시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한국 시장 금리도 끌어올린다.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한국 채권은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은행의 대출 금리를 상승시킨다. 실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직후인 지난 2일부터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3거래일 상승해, 지난 5일 연중 최고치인 3.88%까지 올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전반적인 시장 금리 오름세를 유발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기업과 가계는 사실상 금리가 오른 것과 같은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미 채권 투자 서학개미도 타격=미국 국채 금리가 들썩이면서 미국 채권에 투자한 개미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4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 셰어스’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순매수액만 7억8000만 달러(1조202억원)에 달하는 이 상품은 잔존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 30년물에 투자한다.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베팅해 차익의 3배를 추종하지만, 반대로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면 손실도 3배가 발생한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지난 3일 4.304%로 연중 최고치로 올랐기 때문에 관련 종목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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