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넘보는 MIT박사 출신…"대기줄 보고 추천하는 키오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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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비버웍스 본사에 마련된 키오스크 앞에서 김종윤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비버웍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비버웍스 본사에 마련된 키오스크 앞에서 김종윤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비버웍스

최저 임금 인상과 인구 감소로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식음료(F&B) 산업에 빅데이터와 핀테크 기술로 무장한 키오스크를 도입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MIT 박사 출신 김종윤 비버웍스 대표 인터뷰

키오스크(무인 결제기기) 제조‧서비스 기업인 비버웍스의 김종윤 대표는 지난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에서 수십년간 이뤄졌던 자동화‧효율화를 식당과 편의점 사업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석사를 받은 김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학자의 길 대신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와 LG전자‧현대카드 등에서 일하면서 판매 전략 구상과 결제 시스템 개발 업무를 맡았다.

페이팔 창업자가 투자한 사모펀드로부터 지원 

비버웍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웠던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55)와 관련 있는 업체다. 틸이 투자한 국내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키오스크 관련 기업인 오더퀸‧우노스‧스파이더아이앤씨를 인수해 만든 회사로, 김 대표가 지난해 6월부터 이끌고 있다. 서로 힘을 합쳐 나뭇가지로 댐을 만드는 동물 '비버'에서 사명을 따왔다. 김 대표와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의 이기두 매니징 파트너 모두 MIT 출신인데, 비버는 이 대학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국내 연도별 출생아 수. 1970년대 초반에 비해 2000년대 초반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사진 비버웍스.

국내 연도별 출생아 수. 1970년대 초반에 비해 2000년대 초반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사진 비버웍스.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비버웍스 본사 1층에 방문해 보니 빅데이터를 활용해 키오스크가 고객의 연령대와 동행 인원을 파악해 안내했다. 김 대표의 실제 나이는 49세인데 키오스크가 얼굴 윤곽과 표정 등과 관련한 빅데이터로 그의 나이를 46세로, 기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동행 인원이 2명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대기 줄이 길지 않을 때를 파악해 키오스크가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한다”며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주로 제공하는 추천 서비스를 오프라인 매장에도 도입한 셈”이라고 전했다.

다른 쪽에는 편의점인 이마트24와 협업한 무인담배자판기와 여가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가 함께 만든 무인모텔용 키오스크가 전시돼 있다. 무인담배자판기는 실물 신분증 대신 모바일 패스(PASS) 앱으로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한다. 그는 “매장 내 카메라로 고객이 미성년자라고 판단하면 담배 광고도 차단해 볼 수 없게 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키오스크가 대기 줄 파악해 상품 추천도”

실제 카페처럼 꾸민 공간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내역을 출력하는 프린터가 없다. 김 대표는 “모든 걸 주방 태블릿 스크린을 통해 고객과 요리사가 함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요리 시간을 측정해 빅데이터로 앞으로 대기 시간을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음식 주문이 동시에 들어오면 한꺼번에 조리해 효율을 높이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비버웍스 본사에 마련된 키오스크 앞에서 김종윤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비버웍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비버웍스 본사에 마련된 키오스크 앞에서 김종윤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비버웍스

김 대표는 이어 1970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출생아 수 추이를 나타낸 통계를 꺼냈다. 그는 “식당‧카페를 차리는 소상공인 주요 연령대가 1970~1974년생”이라며 “직원으로 고용해야 할 2000~2004년생 출생아 수가 50만명대로 30년 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가게에 키오스크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가 인구 감소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은 주간에는 업주와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가게를 돌보면서 야간에는 무인화 기기가 대신 맡는 형태가 보편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40~50대 점주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서비스센터를 강화해 유지‧보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기능을 강화해 키오스크에 다양한 방법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추가적인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인구 감소로 무인 기계는 소상공인에 필수”

김 대표는 “미국에서도 포스(POS‧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를 중심으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상공인들을 위한 오프라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결제 시장이 200조원대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오프라인 시장 규모는 이보다 5배 많은 1000조원 규모로 위력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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