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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툭하면 직원 횡령…금융사 내부 통제 작동하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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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일 서울 강남구 경남은행 강남지점 모습.  금융감독원은 현장감사를 통해 경남은행에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던 50대 직원 A씨의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뉴스1]

2일 서울 강남구 경남은행 강남지점 모습. 금융감독원은 현장감사를 통해 경남은행에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던 50대 직원 A씨의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뉴스1]

BNK경남은행 간부, PF 대출 562억원 횡령

지난해 1100억원대 이어 금융사고 계속돼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금융사고가 또 일어났다. BNK경남은행 한 간부급 직원이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자금 수백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가 드러났다. 부동산 PF대출은 금융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시행사에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부동산투자금융부장인 이모(50)씨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해 오면서 범죄행위를 이어왔다. 2016~2017년 이씨는 부실화된 PF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가로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은행이 취급하던 PF대출 자금을 가족 법인 회사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362억원을 횡령했다. 지난해 5월 BNK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상환 처리하지 않고 이씨가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가 횡령한 금액은 562억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었다.

이씨의 범행을 찾은 게 내부통제 시스템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다. 이씨는 올 초 개인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지난 4월 은행이 금융거래정보 조회 요청을 받으면서 이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더욱이 은행 측이 처음 밝혀낸 이씨의 횡령액은 77억여원에 불과했다. 이후 금감원의 현장 점검 결과 484억원 규모의 추가 범행이 밝혀졌다. 도둑을 맞은 주인이 얼마나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특정 부서 장기 근무자에 대한 순환 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분리와 같은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의 진단만 보더라도 은행이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은행 등 국내 금융사 임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건은 BNK경남은행뿐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금융사 임직원이 벌인 횡령 사고는 11개 회사 33건으로, 횡령액은 592억73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등 1100억원대를 기록,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횡령 등 금융사고가 날 때마다 강력한 내부통제를 다짐했지만 구두선(口頭禪)에 그쳐 왔다.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 금융산업은 정보기술(IT)과 융합해 첨단 핀테크로 진화하고 있는데, 한국 금융은 20세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금융사 횡령사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내부통제 시스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