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나라 수준 이 정도냐"…폭염 잼버리, 외국인 부모들도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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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악한 환경과 조직위원회의 운영 미숙으로 지탄받고 있다. 개막 사흘째인 3일, 현장에서는 폭염과 벌레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3 자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석했다는 이현운씨가 제공한 사진. 샤워시설은 남여 공용이고 전기 시설이 부족해 휴대전화 충전할 곳이 없으며 화장실 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사진 이현운씨 제공

중3 자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석했다는 이현운씨가 제공한 사진. 샤워시설은 남여 공용이고 전기 시설이 부족해 휴대전화 충전할 곳이 없으며 화장실 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사진 이현운씨 제공

"진료실 부족해 복도에서 링거 맞았다…전쟁통이 따로 없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생생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 참가자는 인스타그램에 “어제(2일) 열사병으로 진료소에서 링거를 맞고 왔다”라며 “서울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의 절반도 안 되는 응급실 크기 때문에 베드가 부족해 복도에서 링거를 맞았다. 진료 또한 복도 의자에서 앉아서 봤다”고 썼다. 그러면서 “실신한 외국인이 계속 실려 오는데 전쟁통이 따로 없다”라며 “분쟁지역 진료소인 줄 알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3 자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석했다는 이현운씨가 제공한 사진. 샤워시설은 남여 공용이고 전기 시설이 부족해 휴대전화 충전할 곳이 없으며 화장실 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사진 이현운씨 제공

중3 자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석했다는 이현운씨가 제공한 사진. 샤워시설은 남여 공용이고 전기 시설이 부족해 휴대전화 충전할 곳이 없으며 화장실 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사진 이현운씨 제공

한 학부모는 “행사가 끝난 뒤 물이 안 나와 새벽 2시까지 아이가 못 씻고 있다”라며 “참가비를 내고 사기를 당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분노하고 있다”라고 썼다. 그는 “화장실은 관리가 안 돼 역겨워 사용을 못 할 정도이고 밥은 맛이 없고 양이 적다. 매장에선 물건을 비싸게 판다”라며 “아이가 '제발 집에 가고 싶다'고 데리러 오라고 한다. 외국인 친구들도 '너희 나라 수준이 이 정도냐'고 하는데 창피하다고 한다”고 썼다.

이현운씨 아들이 지난 2일 보내온 카카오톡 메세지 일부. 사진 이현운씨 제공

이현운씨 아들이 지난 2일 보내온 카카오톡 메세지 일부. 사진 이현운씨 제공

중3 자녀를 참가시킨 40대 이현운씨는 통화에서 “1일에 입소했는데 더운 것도 더운 건데 벌레, 모기가 너무 많다고 한다”라며 “사진을 받아보고 놀랐다. 뻘밭이라 발을 디디면 푹푹 빠지고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샤워 시설은 천막에서 씻는 거더라. 편의점이 30분 넘는 거리에 있는데 생수 공급이 제대로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9명이 함께 갔는데 3명은 이미 퇴소했다”라며 “주말에 아이를 데리러 갈 것”이라고 했다. 잼버리 내 한 부스에서 일하다 전날(2일) 열사병으로 쓰러졌다는 한 20대 근무자는 이날 통화에서 “응급실이 너무 작고 자리가 없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링거를 맞던 외국인도 봤다”라며 “다들 불만 터트릴 힘이 없을 정도로 더위에 지친 상태라 초죽음 상태로 보였다. 정말 처참했다”라고 전했다.

20대 근무자 A씨가 보내준 사진. 119 구급차가 즐비하다. 사진 A씨 제공

20대 근무자 A씨가 보내준 사진. 119 구급차가 즐비하다. 사진 A씨 제공

잼버리 공식 SNS에는 “잼버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라며 “모든 것이 컨트롤되지 않고 있다. 음식은 없고 태양을 피할 방법도 없다. 진정한 혼돈”이라는 외국인 부모들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중3 자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석했다는 이현운씨가 제공한 사진. 샤워시설은 남여 공용이고 전기 시설이 부족해 휴대전화 충전할 곳이 없으며 화장실 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사진 이현운씨 제공

중3 자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석했다는 이현운씨가 제공한 사진. 샤워시설은 남여 공용이고 전기 시설이 부족해 휴대전화 충전할 곳이 없으며 화장실 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사진 이현운씨 제공

'화상벌레' 닿기만 해도 벌겋게 물집 생기고 통증 

열악한 환경에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2일까지 잼버리 관련 환자는 누적 992명 발생했다. 특히 개영식(2일) 행사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야영지로 1.5㎞를 걸어가는 과정에서, 도로에 조명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발목을 다치고 넘어지는 사고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 유형별로는 벌레 물림 환자가 318명(32.1%)으로 가장 많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전북 지역에서 서식하는 일명 화상벌레(청딱지개미반날개)에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화상벌레는 페데린(Pederin)이라는 독성 물질을 분비해 피부가 살짝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벌겋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하다.

지난 2019년 진주에서 발견된 '화상벌레(청딱지 개미 반날개)'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진주에서 발견된 '화상벌레(청딱지 개미 반날개)' [연합뉴스]

온열질환(207명, 20.9%)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화장실 위생 문제로 참가자들이 화장실에 안 가려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탈수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일광화상(106명, 10.7%), 기타 피부병변(73명, 7.4%), 뜨거운 물체 접촉(53명, 5.3%) 등으로 환자가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여성 청소년 분야 정책의 주무부처인 여가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잼버리 개최를 세게 홍보했으면 책임도 확실해야 한다”라며 비판했다.

여가부 "어려움 느끼는 부분 송구스럽게 생각"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3일 오후에야 부랴부랴 현장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기순 차관은 “예측했던 것보다 장마도 길고 폭염도 심했다”라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 연맹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이번 잼버리가 진행 중”이라며 “세계연맹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 조직위원회가 주관기관이며 주최기관과 주관기관인 조직위가 합동으로 회의하면서 모든 의사 결정 중”이라고 말했다.

온열질환자 속출, 화장실 위생 문제 등과 관련해선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영내 과정활동을 줄이고 전북 14개 시군과 연계한 지역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라며 “향후 잼버리 클리닉(총 5개소) 시설에 냉방기 각 2대씩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했다. 온열환자 휴식용 헌혈차 5대(1대당 10명 휴식)를 추가 투입해 휴식할 공간을 마련하고 군의관 30명, 간호사 60명을 추가 투입해 온열환자 추가 발생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최대 150병상을 추가 설치해 환자 수용력을 높이고 응급환자는 닥터헬기 6대를 이용해 전북대, 원광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즉시 이송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화장실 위생, 벌레 물림 등의 문제 관련해선 “청소인력 240명을 추가 투입하여 1시간마다 청소를 진행하고, 또한 해충 방제도 강화하여 모기, 파리 등 해충을 구제할 계획”이라며 “폭염 상황에 따라 영내 과정활동을 줄이고 영외 과정활동을 확대하는 등 프로그램 운영을 탄력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며, 국방부 협조로 그늘막도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대표단을 보낸 일부 국가에서 잼버리 운영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관은 “(우려를 표한 국가가) 여러 나라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우려 표명 국가에 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부 국가 참가자의 철수설에 대해선 “철수한 국가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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