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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80대 체온 42.4도였다…철로도 휘는 폭염에 정부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염 기세가 심각하다. 정부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고, 3일 오후 5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단계를 가동했다. 향후 3일 간 일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 되는 특보 구역이 전국에 108개 지역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달여 간 온열 질환으로 2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7명) 3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 2일 오후 충남 계룡시 대로변에 설치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전광판이 폭염 경보를 알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일 오후 충남 계룡시 대로변에 설치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전광판이 폭염 경보를 알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 대부분서 당분간 무더위 계속 

중대본 및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열사병‧열탈진 등 온열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119구급 출동 건수가 1019건에 달했다. 전날 하루에만 110건의 출동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23명이 온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이 1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남‧충북 각 4명, 충남‧전북 각 2명, 울산 1명 등이다. 전북 정읍의 한 논에서 숨진 80대 남성은 체온이 42.4도에 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기온은 38도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다음 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최기웅 기자

지난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최기웅 기자

가축 16만여마리 폭염으로 폐사

전국 곳곳에서 폭염에 앓는 환자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전 세계 청소년이 모이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도 탈진하는 대원 등이 속출했다. 지난 1일 개막일 당일엔 온열 질환자 400여명이 나오기도 했다. 심각한 증상의 환자는 없었지만, 대부분 열감‧탈진 등을 호소했다.

폭염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속절없이 쓰러졌다. 중대본은 전날까지 돼지나 닭 등 가축 16만5985마리가 폭염으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바닷물이 뜨겁게 데워지면서 물고기 양식장도 초비상이다.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 속 용존산소량이 떨어져 물고기들이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연구원은 3일 오후 2시부로 전남 함평 만(灣)에 고수온 경보를 발표했다. 경남 진해만‧전남 득량만‧전남 여자만에도 고수온 경보가 내려져 있다.

철길이 녹아 굽어질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1일 선로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 레일이 휘어질 우려가 있다며 열차를 서행 운전하기로 했다. 폭염으로 도로 노면이 솟아오르는 ‘융기’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대구 수성구에선 찜통더위에 도로 중앙분리대가 녹아 쓰러져 철거 작업이 이뤄졌다.

3일 대구 낮 기온이 37.7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수성구 파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에 설치된 중앙분리대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나머지 중앙분리대가 사전에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대구 낮 기온이 37.7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수성구 파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에 설치된 중앙분리대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나머지 중앙분리대가 사전에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지자체 등 폭염에 ‘비상 상황’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중대본은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계부처 및 지자체에 대책 강화를 지시했다. 이날 열린 ‘제7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도 여름철 안전 대비가 강조됐다.

17개 시‧도 공무원 4200여명이 비상근무를 서며 안전 점검 등을 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그늘막 및 살수차 등을 총동원해 열기를 식히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선로에 물을 뿌리고, 레일이 변형됐는지 등을 순회 점검하고 있다. 해수부는 수온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사회 취약계층‧공사장 야외근로자‧고령 농업인 등의 안전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최근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무엇보다도 폭염에 취약한 분들의 안전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자체 폭염 피해 예방·극복을 위해 폭염대책비로 17개 시‧도에 재난안전특교세 30억원을 긴급 교부한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엔 병원 냉방시설 추가 설치 및 참가자 폭염 예방 물품 지원 등을 위해 별도로 3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거리에서 살수차가 달아오른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거리에서 살수차가 달아오른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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