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고리 풀기…곳곳에 암초/17일 부시­아지즈 워싱턴회동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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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이라크 협상성격에 입장차/「팔」연계·유전양도 등도 걸림돌
쿠웨이트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부시 미 대통령의 전격적인 협상제의를 이라크가 공식수용하고 아지즈 외무장관을 미국에 보내기로 함에 따라 미­이라크간의 대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협상에 임하는 미­이라크 양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 과연 협상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양국은 협상의 성격이 어떤 것인가에서부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제의가 이라크와 쿠웨이트문제를 협상하자는 것이 아니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토록 설득하자는데 뜻이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4일 남미순방중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이라크와 직접대화를 하자는 것은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후세인에게 철수를 안하면 무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같은 협상기본입장에 서게 됨으로써 부시로서는 대화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않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중남미 순방중 5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부시는 대 이라크 직접대화가 페르시아만 위기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냐는데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이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조건없이 이행할 태세가 돼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회의적 맥락에서 콜린 파웰 합참의장도 협상성공보다는 실패쪽을 가상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공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상원 페르시아만 관계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이 페르시아만 전쟁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신속하게,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압도적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이 이와 같이 보다 협상폭에 여지를 두지않고 있음에 반해 이라크는 이번 제의를 상당히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는 부시의 제의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철수가 선행되지 않는한 협상이 있을 수 없다고 한 점과 비교해 볼때 이번 제의는 이라크로서 볼때 진전된 조치』라면서 『대화제의는 평화를 향한 의미있는 움직임』이라며 협상쪽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상당기간의 침묵끝에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5일 프랑스 TV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혀 이라크의 협상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큰 장애는 양국간 협상대상에 대한 견해차다. 이라크는 협상제의를 수용하면서 『팔레스타인등 이스라엘에 점령된 아랍영토 문제가 어떤 대화에서든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쿠웨이트문제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문제를 연계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미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웨스트 뱅크)과 가자지역에서 철수할 경우 자신도 쿠웨이트로부터 물러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전적으로 당치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이라크군의 쿠웨이트철수는 유엔결의대로 무조건 이뤄져야 하며 팔레스타인 문제등 다른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런 큰 줄거리들을 극복,회담이 일단 진행된다 하더라도 곳곳에 암초가 놓여 있다.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와 앞으로 개발을 눈앞에 둔 핵무기 개발시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문제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고는 이 지역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과 이를 고수하려는 이라크가 팽팽하게 맞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쿠웨이트와 이라크간의 국경문제 해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 정부의 공식적인 거부자세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의 와르바섬과 부비얀섬,그리고 루마일라유전을 이라크에 양도하라는 제안들이 이미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최근 한 TV 대담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대부분 철수하고 문제된 유전과 섬들만을 계속 점령할 경우 미국이 이를 놓고 전면전을 과연 벌일 수 있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협상대상을 놓고도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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