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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지출, 홍보·선전비로 두루뭉술 처리…세금 얼마나 썼는지 몰라 [도 넘은 현수막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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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12월 현행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 여야의 현수막 경쟁은 극심해졌다.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사전 신고나 허가 없이, 수량과 규격의 제한도 없이 현수막을 어디든 걸 수 있게 되면서다.

중앙당이 시·도당에 하달하는 현수막 시안 개수부터 옥외광고물법 통과 시점인 지난해 12월 11일 전후를 비교하면 약 1.5배 안팎으로 늘었다. 국민의힘은 법 통과 이전 6개월(2022년 6월 10일~12월 10일)간 16번, 법 통과 이후 6개월(2022년 12월 11일~2023년 6월 11일)간 27번의 시안을 배포했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도 18번에서 25번으로 늘었다.

현수막의 숫자가 늘면 관련 비용도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관련 비용이 얼마나 지출되고 있는지는 파악이 쉽지 않다. 각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회계보고서엔 ‘현수막’이란 별도 항목이 없고, 각 정당에 따라 ‘홍보비’나 ‘선전비’ 명목으로 뭉뚱그려 기재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당내에서도 중앙당과 각 시·도당별로 현수막 비용 처리 방법이 제각각이다.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기본적으로 정당 경비로 설치해야 한다. 정당 경비는 국민 세금으로 정부가 정당에 주는 보조금, 당원이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당비·후원금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홍보를 위해 더 많은 현수막을 걸려는 이들은 정당이 나눠주는 경비만으론 부족하다. 그래서 일부 원외 당협(지역)위원장의 경우 ‘특별 당비’를 당에 납부하고 이를 정당에서 되돌려받는 편법으로 현수막을 추가적으로 게시한다. 외관상 정당 경비지만 실제로는 개인 자금을 쓰는 것이다. 한 정치 신인은 “여유 자금이 없는 입장에선 현수막 홍보에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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