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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50~60대 ‘신중년’은 국가적 자산, 활용법 적극 모색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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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중년 취업자 1089만 명, 상당수 하향취업

일본처럼 수십 년 경력·전문성 활용 필요

한국 사회에서 ‘신중년’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은 지 제법 됐다. 보통 50대 초반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새로운 일을 하거나 찾고 있는 50~60대를 지칭한다. 경제활동을 완전히 그만둔 노령층과 구별된다. 한국전쟁 이후 1955~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도 신중년에 포함된다.

한국의 신중년은 지금 고달프다. 자의든 타의든 대다수가 50대 초반 직장을 그만둔다. 수명은 길어지는데 벌어놓은 돈은 없어 계속 일해야 하는 처지다. 국민연금 수령은 60대 초반이 넘어야 가능하다. 안정적인 소득 없이 10년 가까이 버텨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넉넉하지도 않다.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납부한 가입자가 받는 월평균 수령액이 올해 들어서야 100만원을 돌파해 103만원이 됐다. 그러나 전체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61만8000원에 그친다. 이 정도 금액은 은퇴 후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연금공단 조사에 따르면 노후에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평균 277만원, 개인은 177만3000원이다. 그렇다고 자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의 평균 자산은 5억6741만원인데 부채가 1억74만원이나 된다. 달랑 아파트 한 채 가진 것이 자산의 전부이고 그나마 적지 않은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50대의 멋진 은퇴’는 한국 신중년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도 일터를 지키는 50~60대 취업자가 1089만7000명으로 전체 신중년의 69.2%나 된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신중년의 단순 노무직 비중은 26.3%로, 20대(11.5%)나 30대(8.4%)보다 훨씬 높다. 특히 직장을 옮겨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신중년 비중은 30.9%나 됐다. 신중년이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할 때 기존 경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하향 취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단순 노무직은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급속히 대체될 수 있어 신중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중년의 하향 취업과 경력 단절은 임금과 복지 혜택 축소라는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적잖은 사회적 손실이기도 하다. 수십 년의 직장 생활에서 쌓아온 전문성이 더는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중년의 경제적 삶이 위태로워지면 사회복지 비용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대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화 시대다. 신중년이란 귀중한 국가적 자산의 활용을 근본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 그들의 역량을 기업과 사회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고 있는 일본의 ‘생애 현역 사회’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정부 고용 서비스에 대한 신중년의 불만족도가 높은 만큼 재취업 지원 제도의 효율성도 획기적으로 높여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