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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 지갑 닫는 美·中 소비자…팬데믹 ‘보복소비’ 끝물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28일 서울의 한 명품관 앞. 연합뉴스

지난 5월 28일 서울의 한 명품관 앞. 연합뉴스

명품 브랜드들에 활짝 열렸던 미국과 중국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미국에선 ‘묻지마 쇼핑 시대’가 저물고, 중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팬데믹 보복 소비가 주춤해지는 영향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대 늘어난 저축과 정부의 부양책으로 이례적으로 성장했던 명품 시장의 붐이 끝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가 둔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명품을 구매하기가 까다로워졌다는 진단이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은 올해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했다. 케링의 지난해 상반기 북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두 배로 뛰어올랐지만, 1년 만에 분위기가 급변한 셈이다. 버버리와 프라다도 북미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와 6% 줄었다.

코로나19 기간 가계에 쌓였던 저축과 정부의 지원금이 점점 고갈된 데다가 물가는 잡히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구매 여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장 자크 기오니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등 세계 분위기는 2021~2022년과 다르다”면서 “업계에 소비 붐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명품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22%였지만, 지난해에는 33%로 뛰어올랐다. 미국 명품시장의 규모는 3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성장했다. 최대 명품 수요처였던 중국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가 봉쇄 사태를 겪으면서 명품 판매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의 여파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명품 소비를 늘릴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지난 6월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고급 쇼핑몰 앞. AP=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고급 쇼핑몰 앞. AP=연합뉴스

중국은 그나마 명품 소비가 여전하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소비 회복이 더뎌 명품 시장의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인앤드컴퍼니와 알타감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명품 시장은 전년보다 약 20% 성장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3450억유로)을 달성했으나, 중국의 경기 회복 둔화가 영향을 준다면 올해 성장률은 5~8%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서는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부진은 그간의 보복 소비를 ‘정상화’하는 과정일 뿐, 명품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유층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은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여전히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소비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低)’ 현상에 따라 일본에서 명품 소비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LVMH의 일본 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해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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