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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극한 폭염…온난화 넘어 뉴노멀이 된 지구 열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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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도심 모습.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도심 모습. [연합뉴스]

세계기상기구 “역사상 지표면 가장 뜨거운 7월”

한국은 기후대응 최하위권, 위기 불감증 없애야

지난 주말 11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역대급 장마가 끝난 뒤 갑자기 찾아온 폭염으로 온 국민의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6~28일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78명이다. 더욱 뜨거워진 주말 상황을 반영하면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전국이 최고기온 35도까지 오르내리며 찜통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어제부터 이미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이번 주에 간간이 비 소식이 있긴 하지만 무더위를 식힐 수준은 되지 못한다. 열대야도 계속돼 8월 한낮의 최고기온이 기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극한폭염은 전 지구적 현상이다.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선 많은 도시가 40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50도를 훌쩍 넘기며 110년 만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 명이 폭염 주의보·경보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7월 1∼23일 지표면의 평균 온도는 16.95도로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2019년 7월(16.63도)을 0.32도 뛰어넘었다. WMO는 올해 7월보다 더 뜨거운 날씨가 5년 안에 찾아올 확률이 98%라고 전망했다.

“지구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이젠 지구열대화다”라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극한 폭염은 이미 뉴노멀이 됐다. 그는 “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며 “모든 국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인 한국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기후대응 순위는 탄소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 중 57위에 불과하다(뉴클라이밋연구소).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극한폭염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선제대책을 세워야 한다. 극한 호우 때처럼 손 놓고 있다가 피해를 키워선 안 된다. 폭염에 취약한 노인과 어린이 등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쪽방과 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환경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범정부적으로 문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컨트롤 타워도 필요하다.

그레타 툰베리(20)는 기후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성세대를 향해 “어른이 아이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 결정권을 가진 기성세대는 기후위기에 불감증을 갖고 있지만, 10~20대에겐 존립과 직결된 문제다. 극한폭염·호우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기후대응을 시민의 의무로 되새기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